고준위 전자파 속에서 일생을 살아온 전자 통신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본 전자파 유해논란에 대한 의견이다. 요즘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사드'한반도 배치를 놓고, 국제간의 외교문제는 물론 국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사드와 관련한 정치 외교적 문제는 나의 전문분야가 아님으로, 그에 대한 언급자체가 조심스러운 문제일 수 있겠지만, 전자파 유해논란에 대해서는 좀 진실을 알고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파란 전파원을 중심으로 전방위로 퍼져나가는 전·자기 파동을 일컬음이다. 물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는 에너지장으로, 오늘 날의 첨단 문명과 무선 통신을 가능하게 해준 대단히 유용한 자연계의 물리 현상이다.  '내가 전자파를 볼 수 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분명히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다.그러나 워낙 오랫 동안 전파를 발생시키는 기기들을 만져오다가 보니 사실 나는 어떤 종류의 안테나를 보면, 그 안테나로 부터 퍼져나가는 전파의 파형이 곧장 머리 속에 그려진다. 전파가 보인다는 말이 반드시 거짓은 아니고, 또 실제로 '오실로스코프'같은 가시화 장비를 이용하면, 다양한 파형의 전자기파를 직접 육안으로 관찰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원래 '전자기파'라고 해야 정확한 용어가 되겠지만, 보통 줄여서 전파라고 하는 이것은 사람이 기술적으로 매우 간단히 발생시킬 수도 있지만, 원래 자연계에 존재하는 흔한 현상이며, 과학문명 이전에는 그 이용방법을 우리가 몰랐던 것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얼마 전, 인류가 자연계 속의 전기의 존재를 발견하고, 전기를 우리 일상생활이나 산업에 이용하기 위해 고안해 낸 모든 종류의 전기제품(스마트폰 및 컴퓨터 포함)은 모두 어떤 레벨의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것들이며, 또 그런 인공적인 전자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다양한 자연계의 전자파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가장 흔한 자연의 전기 현상인 천둥이나 번개도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것이며, 날씨가 청명한 날 우리가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면, 우리는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다양한 전자파의 샤워를 즐기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단세포 미생물에서 출발하여 인간으로까지 진화해온 그 긴 시간동안 강력한 우주 전자파의 소나기 속에서 생명을 이어오며, 전자파에 대한 내성을 키워 왔기 때문에 지금 죽지 않고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더구나 나같은 사람은, 가장 강력한 인공 전파발생의 진원지(BK에리어)내에서 일을 해야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지금도 전자파 발생이 심하다고 알려진 다양한 컴퓨팅 장비들로 가득한 실내에서 늙어가고 있지만, 전자파가 내 건강을 해쳤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여기서 좀 더 전문적이고 이론적으로 전자파의 유해성을 논하자면, 가장 전자파가 강한 지역, 전문용어로 BK에리어라고 하는 지역이다.이는 전파를 발생시키고 발산하는 최근 거리의 안테나 인근, 소위 전계강도가 매우 높은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네온램프를 손으로 잡고 있으면, 그 공간의 전계와 인체가 폐회로를 형성하여 실제 램프에 불이 번쩍 번쩍 켜지는 정도의 세기다.  그리고 전파는 안테나의 형태에 따라 특정방향에 대한 지향성을 주지 않는 한, 전파원에서 전 방위로 퍼져나가면서 거리에 반비례하여 급격히 전계강도가 감쇄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력한 인공 전파원이라도 수백 m 이상만 멀어지면, 인체 세포에 어떤 영향을 줄만한 세기의 에너지장을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물론 매우 높은 주파주의 마이크로웨이브를 첨예한 지향성 안테나로 빔을 만들어 특정방향으로 발사하면, 상당히 먼거리까지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유지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사드와 같은 지대공 미사일의 경우, 지상을 향한 전파가 아니고 고공 요격을 위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상에 거주하는 인근 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기우일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모르면 두렵고, 알면 두렵지 않은 것이다. 가득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큰 주민들에게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과학적인 데이터와 지식으로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드배치 문제는 본질을 벗어나는 전자파 유해성 논란 따위로 시간과 기를 낭비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드배치로 인한 외교 안보적 손익관계와 실전배치 시의 유효성을 철저히 따져 찬반 논의을 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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