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이뤄낸 오늘의 대한민국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산 자동차, 철강, 선박, 스마트폰, K-POP 등이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을 증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나눠 이겨내는 공동체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부정적 분위기도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우리의 현실에 대해 판단한 것은 두 가지의 극단적인 양상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세계가 부러워하는 위대한 현대사'의 대한민국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가 확산된' 대한민국이다. 어느 것이 실체인가. 아마도 두 가지가 교묘하게 공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져 있다. 반세기 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에서 지금은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규모 6위의 국가로 발전한 것에 대해 부러워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문제점 많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한다.  양극화, 청년취업, 비정규직 문제, 노인빈곤, 세계 최고 자살율과 세계 최저 출산율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은 위대한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다. 문제는 광복절 축사에서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으로서 한 마디의 반성도 없었다는 점이다. 잘 나가던 대한민국이 비관의 늪으로 빠져든 데에는 국민들의 탓도 있지만 대통령 스스로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국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다만 '세계가 따르고 배우고자 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자화자찬만 늘어놨다. 대한민국은 지금 분명하게 위기에 처했다. 국론은 분열되고 정치와 경제가 암울하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어느 누구를 믿고 국민이 한 곳으로 향할 것인가. 자랑스럽고 위대한 국민들이 길을 잃고 헤맬 때 지도자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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