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藝術)'이란 말은 학예(學藝)와 기술(技術)을 합친 것으로 문예·회화·조각·음악 등 독특한 표출 양식에 의하여 미(美)를 창작·표현하려는 활동이나 그 작품(作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몇 달 전 한 문화재단이 주선한 경주가 낳은 화가 '손일봉' 화백의 탄생 110주년 초대전에 간 일이 있다. 그림에 (全生)을 바친 그 분의 삶과 예술세계를 재조명한 대작(大作) 전시회는 많은 시민들로 가득했고, 그림에 대한 상식을 깨닫게 하는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주었다. 회화작품의 특징은 인물, 풍경, 정물 등 구체적인 대상물(對象物)을 선택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한 기법과 외형보다는 대상에서 흘러나오는 미적 감각을 잘 나타낸 거작(巨作)들 앞에서 먼저 엄숙한 자세로 살펴보았다. 작가의 탁월한 심미안(審美眼)과 표현기법으로 평범한 주변의 소재에 강한 실재감이 부여된 노화백의 전생을 보는듯한 느낌에 푹 빠졌다. 학교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미술시간을 거쳐 왔지만, 미술은 미(美)를 조형적으로 형상화하는 예술로 그 속에서 그림, 조각, 건축, 공예도 그 부류에 예속된 것임을 감상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모든 예술의 창작이 비슷하지만 그림의 특징은 인간의 손, 머리, 마음이 한 몸을 이룬 상태에서 창조되는 작품이지만 그 곳에 독특한 심미안이 크게 작용하는 것임을 자인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술가의 천직(天職)은 사람의 마음 심연(深淵)에 빛을 보내는 일이라 한다. 특히 미술가의 시각(視覺)은 지혜롭다. 보통 시각이라면 육안(肉眼)과 심안(心眼)과 영안으로 구별되지만, 사물은 보고 느끼는 표현이 보통 사람과는 현저하게 다르다. 미를 추구하는 미술가의 감각은 외부의 대상에 대한 느낌이라는 반응으로, 그 범주 안에서 주관적 경험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림'이 '사진'과 다른 것은 사진은 피사체(被寫體)의 사물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림을 예찬하는 말로써는 '말 없는 시'라고 하고 그림이 걸려있는 방은 '천재의 사상'이 걸려있는 곳이라고도 한다. 사상(思想)과 물상(物像)의 매개체란 말이 쉽게 이해되는 해설이다. 그래서 어느 예술가의 논리처럼 '그림은 모든 기교와 어려움, 특수한 목적을 내포하고 있는 고상하고 내용이 풍부한 언어'라 했다. 그래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형예술인 회화(그림)야말로 언어의 원처이며, 시의 테마이기도 한 자연의 섭리에서 시작된다. 전시관을 찾는 까닭도 화가의 재주를 통해서 숨은 진리를 찾고자 하는 교훈(敎訓)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가(藝術家)는 행동하는 인간을 모방하며, 이론가(理論家)와 실천가(實踐家)의 종합적 작품을 탄생시키는 귀재(鬼才)라 한다. 그런가하면 미학적인 사실에 항상 자기에게 귀를 기울이고, 자기가 들은 것을 자기 마음속에 솔직하게 기록하는 열성적인 실천가라 평가한다. 모든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인간 세상을 한가롭게 하며,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에 거룩한 인물로 인정받는다. 예술가의 눈은 예술적 창조의 목적(目的)과 목표(目標)이며, 더욱 뛰어난 것은 그들의 용기(勇氣)요 지혜(知慧)이며 탁월한 재능의 기교(技巧)를 가미한 감각의 우수성(優秀性)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