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외교부 고위 관리가 영국 대사의 집을 방문했다. 영국대사의 집에 도착한 중국 관리는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견 스패니얼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자 영국대사가 새끼 스패니얼을 한 마리 선물로 줬다. 훗날 어느 공식 행사에서 두 사람은 조우했고 영국 대사가 중국 관리에게 물었다. "그 때 가져가신 스패니얼은 어땠습니까?" 중국 관리가 대답했다. "맛있었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음식문화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사례다. 얼마 전 한 여자 연예인의 어머니가 올림픽에 출전한 한 선수의 보양식에 대해 맹공을 퍼부은 적 있다. 그 선수는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보신탕을 먹은 적이 있다고 했고 여기에 거친 욕설을 섞어가며 SNS를 통해 비난했다. 공개적으로 험한 비난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개를 식용으로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점은 관점에 따라 찬반양론이 갈라진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는 개고기를 먹는 한국에서 올림픽을 여는 것에 반대한다며 시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인들은 달팽이 요리를 먹는 프랑스인들이 그게 할 말이냐고 항의했다. 그 여배우의 말인즉 "소는 먹으려고 키우는 동물이고 개는 친구로서 키우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농경사회를 거친 우리나라 민족에게 소는 먹기 위해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트랙터 역할을 했다. 우유와 고기를 제공하던 유럽의 소와는 다르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유용했던 개를 친구로 여긴다는 사고방식부터 우리와 다르니 누가 옳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문화 상대주의로 설득하기에 개고기 섭취를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식생활 문화를 두고 야만인 운운하는 것은 매우 기분이 나쁜 일이지만 동물애호가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대사회에 개고기 식용과 관련한 논란은 길어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스스로 문화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유럽인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문제다. 며칠 전 말복이 지났다. 옛말에 '복날 개 맞듯이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날에는 보신탕을 먹는 전통이 오래 됐다. 상대적으로 기력이 떨어지는 여름날을 견디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개를 보양식으로 섭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신탕집은 물론이고 모란시장과 같은 개고기 판매시장에 불황이 불어 닥쳤다는 뉴스가 있었다. 우리의 식생활문화도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도 서구화 되는 중이다. 이상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