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대 초반 회사원 김씨는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디 부딪힌것도 아닌데 뻐근하게 아파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자 '담'이 든 것으로 여겼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심해졌다. 갈비뼈 이상으로 생각하고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도 마찬가지. 김씨의 옆구리 통증 원인은 피부과에서 밝혀졌다. 갈비뼈를 따라 띠 양의 물집이 나타나 피부과를 찾았더니 '대상포진'으로 판명된 것이다.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Varicella-foster)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는 어린 시절 수두를 발생시키는 바이러스와 같다. 수두 치료 후 바이러스가 몸 속 에서 사라지지 않고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숨어 있다가 몸이 약해지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유발한다. 대상포진은 우리 몸의 신경 중의 하나를 따라서 퍼진다.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오른쪽, 왼쪽, 양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물집을 동반한 '병변'이 발생한다. 이 때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중 주로 감각 신경에 침범하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대상포진의 첫 증상은 몸의 한쪽에 발생하는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다. 한쪽 머리가 아픈 경우,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가슴이 아픈 경우, 한쪽 배가 아픈 경우, 팔다리가 저린 근육통 증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얼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10~25% 정도인데, 이때 각막염, 결막염에 걸리기 쉽고 뇌졸중 위험도 4배 이상 높아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통증은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번개가 내리치는 것과 같다' 등 처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많다. '합병증'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발진이 치료 된 이후에도 심각한 통증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전체 환자의 9~15%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60세 이상의 환자들은 최대 70%가 이에 해당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인한 안면 신경 손상 시 정상적인 표정을 짓기가 어렵다. 얼굴 부위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환자의 50~70%는 만성 통증을 겪게 되고 심한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또한,주로 면역력이 약한 장·노년층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도 걸릴 확률이 높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과 합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증상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오한, 발열, 근육통과 같은 통증 발생 후 3~7일이 지나야 수포가 생긴다. 만약 이유 없이 극심한 통증이 생긴 뒤, 가슴, 배, 종아리 등 특정 부위에 띠 모양의 수포가 발견되면 대상포진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자주 생기는 오십견이나 몸살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감기, 근육통 같은 증상이 있을 때 가슴이나 등처럼 잘 안 보이는 몸 구석구석을 확인해 물집이나 발진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통증이 있을 때 '약'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포가 생긴 뒤에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길 위험이 줄어든다. 발병 후 72시간이 지나면 약을 써도 치료 효과가 크지 않으니 증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후 2주가 지났어도 완화되지 않으면 마약성 진통제, 척수신경자극술 등을 고려하게 된다. 이들 치료법은 단순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보다 통증이 크고 회복기간도 길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50대 이상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도움이 되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의사와 상의 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