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라벌문화회관과 시청 알천 홀에서 국내 유명인사가 경주시민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화백포럼'은 경주시민들의 의식을 개혁하고 정신혁명이 일어나 애국 애족하는 경주시민이 되길 염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지가 6년이 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러한 취지와는 먼 모습을 보일 때도 있어 안타깝다. 청중의 대부분이 공무원과 시민들로서 기대가 크지만 명사들이 강의를 들은 공직자들이 과연 얼마나 '도덕성'과 '청렴도'에서 나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효약처럼 효과를 보고 있다만 취지를 살린 것이지만 반대로 얻은 것이 없다면 화백포럼의 근본취지를 무색케 할뿐 아니라 무의미한 '낭비성' 행사로 평가될 것이다. 그래서 강사선발부터 엄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주시는 전국에서 제일 모임이 많은 도시로 2천5백여 개의 각종단체의 수장들이 오피니언 리더의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경주시 4백97개 각종 조례의 위원들을 살펴보면 경주를 대표하는 '지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읍면동에 소속된 기관 및 관변단체가 평균 30여개이다. 우스개로 사람 세 명만 모이면 만든다는 동창회, 향우회, 동기회, 봉사단체, 사회단체 등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단체에 잘못 보이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카더라 중앙 방송은 날개를 단다. 언론의 이권적 편향 보도지침도 한몫을 해서 국회의원, 도의원, 시장, 시의원, 각종 선출직들은 언론과 단체의 눈치를 보다가 소신껏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 정치로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로 인해 경주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지금 세상에는 양심을 잃어버린 사람이 너무 많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단체의 회장과 임원을 직업처럼 수십 년을 가지고 있어도 그 단체의 침체됨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스스로 잘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남을 쉽게 평가하고 남의 허물을 쉽게 말하지만, 남을 평가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곧 나의 편견이고 나의 허물인 것을 모른다. 독일 피이터 대제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란 강의는 지금도 활자화되어 전 세계에 날개를 달고 팔리고 있다. 1807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주 1회 강연을 했는데 강의 제목이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다. 독일이 1806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국민들이 치욕감으로 의욕이 상실되어 있을 때 이 강의를 통하여 민족적, 국가적 자각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사회적, 사상적 변화를 거쳐 근대화로 나아가는 행정개혁, 정치개혁이 이루어지고 국민의 의식을 깨우는 정신혁명이 일어났으며, 그 강의를 통해 배운 교육혁명으로 비스마르크 같은 강력한 정치가도 탄생되어 독일 통일의 기초를 만들었다. 짧은 기간의 강의였지만 강의 제목은 독일 재건의 길은 국민정신의 사기진작에 중점을 두었다. 그 강의는 지금도 독일의 강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들어야 할 말을 서슴지 않고 외칠 용기 있는 지식인, 언론인, 정치인이 과연 얼마가 될 것인가 생각해 보며 너무나 나약하고 부끄러운 시의원의 한사람으로 경주시 화백포럼 강연장을 나선다. 강의 조사방법론에 입각하여 강의 내용을 평가해야하고, 강의를 듣는 청중이 어떤 계층의 사람인가를 생각해야 하며, 그 강의를 듣고 어떤 의식변화가 일어났는지가 반영된 화백포럼 강의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주시민들에게 직언할 수 있는 '경주시민에게 고함'이란 주제가 있는 강의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