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경주시 성건동 186번지에 한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을 잡고 서천의 '예기청소'에서 보던 굿의 무속적 분위기에 취했던 소년 '창귀(昌貴)'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경주제일교회 유치원 문을 두드린다. 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초등학교 과정 '계남학교'를 졸업한 '동리'는 미션스쿨인 계성중학교와 경신고보에서 기독교 교육을 받으며 기독교의 종교 분위기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샤머니즘, 불교, 기독교의 정신세계를 통해서 인간의 구경적인 생명을 탐구하고 휴머니즘을 작품 창작의 토대로 삼은 그의 창작활동은 경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15년 동리보다 2년 늦게 경주시 건천면 모량리 571번지에서 첫 울음 소리를 낸 '영종(泳鍾)'은 동리의 2년 후배가 되어 계성중학교에 입학한다. 거기에서 목월(木月)은 같은 취미를 가진 동리를 선배로 만나지만, 졸업 후 두 사람은 경주로 돌아와 막역한 친구가 되어 서로 도우며 습작기를 함께 보낸다. 이처럼 청년시절 경주의 친구 두 사람은 한국문단의 시와 소설의 '거봉'으로 우뚝 솟는다.  동리의 작품 소재와 정서에서 우리들은 민족정신의 정수(精髓)를 발견할 수 있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1982년 '무녀도'를 개작한 그의 작품 '을화(乙火)'가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에서 10위권 안에 올라 세계인들에게 환영받은 것은 우리의 토착적인 정서를 인류의 보편성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족정서를 기반으로 샤머니즘, 기독교, 불교, 유교를 융합하여 세계적인 것으로 승화한 동리의 문학은 인간의 운명적인 삶의 양상과 구경적인 생명의 추구를 본격문학으로 확립하고 있다.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무녀도','당고개 무당', '을화', '유혼설' 등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의 운명적 삶의 공간을 토착정서를 배경으로 창작을 시도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감동을 준다.  흔히들 동리의 소설은 한국의 전통 무속신앙인 샤머니즘과 불교사상, 외래종교인 기독교 사상을 기반으로 해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과 허무를 극복하는 구경적인 생의 추구를 시도한 창작이라고 규정한다. 초기의 작품인 '무녀도', '황토기'는 인간의 의지와 신비적인 운명의 대결이 빚어낸 승부가 없는 싸움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는 소설들이다. 이런 작품 속에서 독자들은 사회적인 모든 속박력, 빈부의 차이, 법률, 윤리 등을 벗어난 알몸 등이 인간의 의지와 좌절과 갈등을 느끼게 해준다. '무녀도'는 한국의 정신적 전통으로 이어온 샤머니즘과 근대화로서 들어온 외래 종교 기독교와의 대립에서 생긴 정신적 갈등을 다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작가 의식의 소산으로 보이지만, 문학사가들의 해석은 대략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마지막 굿을 하면서 물에 빠져 죽은 '모화(毛火)'의 죽음으로 우리의 전통으로 계승되어온 샤머니즘이 패배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모화의 딸 '낭이'가 그린 '무녀도'의 완성이 한국의 전통을 그대로 지속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의 주장은 아들 '욱이'의 희생으로 1902년 경주에 '제일교회'가 서게 되어 근대화의 이름으로 들어온 서양의 문화가 우리의 샤머니즘 전통을 패배시켰다는 견해이다. 뒤의 주장은 '무녀도'의 중심은 낭이가 그린 '무녀도'의 그림에 있고, 이 '무녀도'의 완성은 우리의 전통과 민족정서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구경적인 생명으로 그대로 살아있다는 관점이다.  6·25전쟁 무렵 제대하여 고향마을에 돌아온 주인공 '나'가 까치소리에 빚어지는 인간의 운명과 생의 구경적인 허무주의를 나타낸 '까치소리'도 배경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같은 성격의 작품으로 분류된다.  '사반의 십자가', '목공요셉', '부활', '마리아 회태' 등은 구원을 중심으로 천상적 세계관과 지상적 세계관의 대립을 다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불교 계통의 작품 '등신불', '불화','눈 오는 오후' 등은 한국 불교사상을 중심으로 인간의 운명과 인연을 소설로 표출한 작품들이다. 그 중 잘 알려진 '등신불'은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등신불이 된 만적선사의 인생고뇌를 현재의 '나'의 입장으로 다루어 인생의 구경적 운명을 불심으로 승화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유교 계통의 작품으로는 '용', '춘추' 등이 있다.  김동리의 문학세계는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해서 인간의 운명과 구경적인 생명을 다룬 민족정신의 세계화라는 점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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