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올림픽의 이상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에 있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은 올림픽을 통해 세계의 평화가 정착될 것으로 믿었다. 쿠베르탱의 말 가운데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는 말은 올림픽의 이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하지만 당초의 올림픽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 많이 희석됐다. 쿠베르탱이 원했던 올림픽을 통한 평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1·2차 세계대전 등으로 3번이나 중단되기도 했고 지금의 올림픽은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국력 과시의 도구로 변질됐다. 국력이 강한 나라에서 메달을 독식하고 있고 거대 자본은 올림픽을 통해 더 큰 부를 쌓는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과연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둘까? 더러 그런 선수들은 있다. 초반에 탈락한 선수들이 조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선 것이 자랑스럽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고 진심 어리게 말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스타디움을 누비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올림픽 정신이 제대로 전해진다. 올림픽은 경쟁이 아니라 축제인 것이다.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둔다는 올림픽 정신에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민족과 국가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선수를 길러내기 위해 국민 개개인이 부담한 세금을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물론 여기에는 선수의 기량이 부족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메달을 놓치거나 상위권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단순하게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개인의 영광만 누렸다면 그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한 개인의 자격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대표한다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최선을 다하고 페어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비로소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그 민족과 국가의 자랑이 된다.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자신의 기량을 모두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를 펼쳐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한 집단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모두 그런 어려움을 등에 짊어지고 있다. 폐막할 때까지 그들에게 성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