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물러간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더운 바람이 사라지고 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열대야도 느끼지 못한다. 이번 여름 오랜 더위와 싸우느라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어느새 가을은 우리 곁을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은 오랜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영향으로 그리 호들갑스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니만큼 명절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있을 법한 명절의 특이한 현상이 있다.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주로 기혼 여성들이 겪는다는 이 명절 증후군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생겨나는 특수한 현상이다.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하는 이 증후군은 긴 귀향 과정, 가사노동 등의 신체적 피로와 성 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러나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산업화 이후 전통적 가족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의 개인주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생겨난 신종어다. 명절 전후에 여성들은 두통, 어지러움, 위장장애, 소화불량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그리고 명절이 끝나고 나면 피로, 우울, 호흡곤란 등의 정신적 증상도 따라온다. 명절 증후군을 겪는 대상은 대부분 '주부'였지만, 최근에는 남편, 미취업자, 미혼자, 시어머니 등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명절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주부들은 '왜 명절에 반드시 시댁으로 가야하느냐'는 거센 항의를 해왔고 그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 '시댁 우선주의'가 사라져 간다. 여기에 남편의 입장은 난감하다. 정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들과 아내의 신식 주장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이 명절 증후군을 유발한다. 미취업자와 미혼자는 명절에 고향집을 방문하기 꺼린다. 돌아오는 것은 취업과 결혼에 대한 닦달이고 그것이 스트레스로 쌓인다. 시어머니는 신식 며느리의 논리에 맞춰주자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다 보니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명절이 우울하고 씁쓸해진다. 급기야 명절이 지나고 부부싸움을 하는 가정도 늘어난다. 모두 명절증후군 탓이다. 생각을 바꾸면 간단하다. 문화가 바뀌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신구의 생각 차이를 좁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야 명절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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