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단일민족 국가체제와 문화적 동질성(同質性)을 유지해온 것은 분명하다. 오랜 세월 외세에 시달리면서도 단일민족(單一民族)을 유지해 온 것을 자랑으로 여겨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신라문화권, 백제문화권, 유교문화권, 중원문화권 등으로 구별하여 지역 간에 경쟁을 하거나 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지역의 문화적 동질성에 의한 긍지심과 애향심으로 승화된 지역주의(地域主義)는 주민의 참여와 통합을 유도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한 지역에서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지역주의가 배타적으로 작용할 때 지역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에도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문화관광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광부문은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수도권에 대응한 광역협력체계의 필요성이 높다. 방한 외래 관광객이 1,500만을 넘어서고 있고, 그 중 중국인 관광객이 43.1%를 점하고 있지만 전체 중국인 방문객 중 85.2%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에 대응하여 지방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배타적 경쟁보다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높은 것이다. 협력체계 구축에 의한 지역관광 활성화의 필요성은 2013년부터 시행하는 부가세의 지방세 전환정책을 통해서도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원조정방안 정책에 따라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과거 5%에서 11%로 시행하고 있지만, 최근 여야정치권에서 16%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소비세 전환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관광을 활성화시켜 다른 지역 사람들을 불러들여 소비를 촉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관광의 활성화는 지역 간 경쟁보다 협력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광역교통망 발달과 자동차보급 확대로 관광객의 이동은 광역화(廣域化)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우리 동네'만 방문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객들에게 배포하는 관광지도이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간하든 대부분의 관광안내지도는 마치 고립된 섬(isolated island)을 그려놓은 것처럼 되어 있다. 자치단체가 섬 속에 아무리 많은 보물을 그려놓았다고 해도 이동여건이 좋아진 탓에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붙잡기는 어려운 일이다. 관광객을 유인하는 관광자원이 어느 특정지역에만 분포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2개 이상의 자치단체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관광의 경쟁력 확보에는 광역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허리경제권에서 문화관광부문의 협력체계 구축은 기존의 행정구역을 넘어서 중부권의 지리적 특성과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산업과 환경 및 문화가 함께 발전하기 위한 광역관광루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추진 전략으로는 내포문화권, 백제문화권, 신라문화권, 중원문화권, 유교문화권, 동·서해안 해양문화권의 만남을 위한 허리경제권 문화루트를 설정하고, 문화권별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서, 내륙 문화권이 만나는 허리경제권 내륙삼각지대 설정, 허리경제권 내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계룡산 등 대표적인 산악관광자원을 연계한 산악레포츠존(leports zone) 설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반도 허리경제권 문화관광부문에 대한 광역협력체계 구축 목적은 지역 간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관광자원개발과 관광객 유치에 있어서 상승효과를 추구하는 것이다. 문화관광부문에 대한 광역협력체계 구축은 지역별로 관광자원과 관광 구성요소에 대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요소를 특화시키고, 협력하여 지역관광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정책이다. 문화관광부문에 대한 광역협력체계 구축의 실효성은 문화권별 개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되 다른 지역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제조건이다. 지역별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문화권별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하여 지역관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방안 도출이 허리경제권 문화관광 협력체계 구축의 과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