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약 7천 년 전 우리 조상이 당시 생활상을 바위에 그린 '암각화'가 있다. '반구대암각화'다. 이 암각화는 선사시대 우리 조상의 삶의 양태를 집작하게 만드는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그리고 바위에 그려진 그림이 조형적으로도 빼어나 세계 유수의 암각화에 견줘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울산의 문화유산을 떠나 우리 민족의 보물이며 세계인의 자산이다. 그런 암각화가 오랜 세월 물에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하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을 축조하면서 생긴 일이다. 암각화의 보존을 위해 오랜 세월 방안을 모색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고 맑은 물을 확보해 울산시민의 식수를 안전하게 마련하기 전까지는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것이 울산시의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세계적 문화유산인 암각화는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포르투갈의 경우 코아 계곡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암각화가 발견되는 바람에 댐 건설을 포기하며 암각화를 살렸다.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조치였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미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북의 남는 물을 울산시에 공급하면서 암각화를 건져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경북도민들이 반대하면서 그마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사람의 '생존'이 먼저냐 우수한 문화재 '보존'이 먼저냐는 어느 누구도 선뜻 어느 한 편을 들지 못하는 난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구대암각화는 보존의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 경북도민들의 양보가 있다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 하나를 온전히 살릴 수 있다. 남는 물이지만 울산에는 줄 수 없다는 경북도민의 생각은 자칫 훗날 역사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문화민족임을 자처한다. 만약 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지역의 갈등을 세계인들이 안다면 과연 우리를 문화민족이라고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력은 문화적 역량에서 나온다. 세계사에서 뒤처지지 않는 민족으로 남으려면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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