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은 1,000만 이상의 관객이 들어와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의 국제시장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6·25전쟁 때의 흥남철수 작전과 연계된다. 영화의 흥남철수 첫 장면은 김동리의 소설 '흥남철수'의 마지막 장면과 거의 유사하다.  동리는 부산 피난시절 흥남에서 LST를 타고 남으로 내려온 동네의 한 이발사로부터 들은 '흥남철수'의 이야기를 소설 '흥남철수'의 창작동기로 삼았다. 그것은 영화 '국제시장'의 제작 동기가 된 작품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아바이! 아바이!" 하고 바다에 뛰어들듯이 발을 구르며 아버지를 부르던 시정. (중략) "시정아! 시정아!" 다-ㅁ 배에 다- ㅁ 배에…… 하는 철의 목소리가 꿈인지 생시인지 다만 아찔한 순간, 시정은 저도 모르게 부두에서 한 발짝 내 딛고 말았다.  "와-"하는 사람들의 놀란 고함소리와 함께, "시정아!" 하고 철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다가 뱃전에 철꺽 하고 이마를 부딪친 것은, 그 자신이 사람을 밀치고 뱃전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 아니요, 때마침 "부-ㅇ" 하는 기적 소리와 함께 부두에서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김동리, '흥남철수'의 마지막 장면) 윤 노인의 큰 딸 '수정'과 철(종군작가)은 배에 올랐지만, 둘째 딸 '시정'은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배를 타지 못했다. 이들은 '이산가족'이 된 것이다. 이 소설은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문제를 소설의 묘미로 최대한 살려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6·25전쟁과 부산의 피난시기를 다룬 동리의 작품들인 '밀다원시대'·'실존무'·'흥남철수'는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산 국제시장은 6·25전쟁 때 피난 온 사람들의 생존의 무대였다.  '밀다원시대'는 국제시장 입구에 있는 '밀다원(蜜茶苑)' 다방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이 다방은 서울서 피난 온 문인들과 지식인들이 갈 곳이 없어 모이는 곳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지막 끝이 되는 장소이며, 그래도 따뜻한 인정이 흐르는 곳이기도 했다. 이 소설은 당시의 전쟁 상황과 역사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구의 눈에는 또 갈매기 떼가 비친다. 자기는 이미 갈매기 떼에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오, 갈매기여, 갈매기여! 그는 시인 같은 심정으로 갈매 기를 불러 본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 '밀다원다방' 안에서 꿀벌 떼처럼 왕왕거리 고 있던 예술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김동리, 밀다원시대) 이 소설의 주인공 중구는 피난지 부산이 더 나아갈 데 없는 땅끝이라는 절박한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피난의 처지나 땅끝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갈매기 떼 속에 들어있는 자신을 바라지만, 커피 한잔을 마시며 꿀벌 떼 속에서 왕왕거리며 '밀다원'에서 떠날 수 없는 전쟁에 휘말린 상황이 그들의 절박한 현재의 모습이다.  '실존무(實存舞)'는 6·25전쟁 때 원산(元山)과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 와 국제시장에서 만년필 장사를 하는 지식인 김진억과 그의 친구 영구, 밀크홀 '갈매기'의 마담 장계숙은 모두 이산가족이다. 국제시장을 무대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전쟁과 인간 실존의 문제가 바탕이 되어 있다. 이 소설은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하고, 사회의 가치를 전도하는가 하는 인간실존의 한계상황을 만나게 한다.  그러나 이 세 소설은 그러한 땅끝 의식의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인정이 교류되는 전쟁과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전쟁의 비극과 실존을 자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이 소설들은 전쟁소설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