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문학과 음악의 도시다. 카프카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도시 전체에 카프카의 문학적 유산을 배치했다. 카프카의 아버지가 서점을 하던 곳을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했고 폐결핵에 걸려 보험회사에 다니던 여동생의 집에 기거하며 '변신'을 구상하고 '시골의사'를 완성했던 집은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여행객들은 카프카가 육신의 고통을 이기며 대작을 구상하던 현장을 보기 위해 프라하성 근처 좁은 골목길인 '황금소로'를 기어이 찾는다. 소메타나와 드보르작의 흔적도 군데군데 찾을 수 있다. 블타바강을 가로질러 있는 카를교 아래 작은 스메타나 박물관은 카를교를 구경하던 여행객들이 어김없이 들르는 명소다. 이 박물관에서는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박물관에서 편안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간단한 요기도 한다. 드보르작 박물관은 그가 '신세계교향곡'을 완성한 집에 소박하게 꾸며졌다.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악보와 작곡 당시 사용하던 피아노, 의복들이 잘 정리됐다. 도시 외곽에 있는 박물관이지만 이곳도 프라하의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그뿐인가. 모차르트가 오페라 '돈조반니'를 초연한 극장을 그대로 보존해 아직도 매일 밤 '돈조반니'를 공연하고 있고 바로 그 부근의 재즈극장 레두타는 현대 유럽 재즈의 본산으로 이름 높다. 레두타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 찾아 색소폰을 연주할 만큼 현대 음악예술의 중심이 됐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에릭 클랩튼과 유라이힙이 무명시절 음악적 수련을 쌓았다. 경주는 고대 신라의 문화유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곳에서 난 출중한 인물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가볍게 여긴다. 박목월 생가를 복원해 두고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  김동리 생가는 터잡고 앉은 소유주와의 협상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태다. 유형 문화재에만 집착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작은 것에도 의미를 입혀 꾸미고 활용하는 방안을 빨리 강구해야 한다.  이상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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