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의 시는 시집, '청록집(靑鹿集)', '산도화(山桃花)'를 중심으로 한 초기 시다. '난. 기타(蘭.其他)','청담(晴曇)'을 중심으로 하는 중기 시, '경상도(慶尙道) 가랑잎', '사력질(砂礫質)', '무순(無順)'의 후기 시로 나누어진다. 작가 자신은 '산도화' 이후 그가 관심을 가지고 추구한 주제나 세계가 5년을 주기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목월의 초기 시는 자연과의 교감과 향토적인 정서를 배경으로 하여 본원적인 고향을 추구한 '청록집' 과 '산도화'에 수록된 시편들이다.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윤사월 '윤사월'은 '청노루', '나그네'와 더불어 목월 시 중에서 가장 애송되는 시편들이다. '윤사월'은 작자가 밝힌 것처럼 애절한 윤사월의 계절감과 그것과 조화되지 않은 또 하나의 심성, 어둡고 괴로운 고적감이 꿈꾸는 서러운 동경 등 여러 가지 착종된 심정으로 노래한 것 일 수도 있다. '윤사월'은 우리 민중들이 가지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외딴 봉우리', '꾀꼬리', '외딴집', '눈 먼 처녀' 들의 시구는 모두 고적한 풍경들이다. 이 외로움 속에서 자연세계의 소리와 풍경들은 시속에서 민요의 가락과 어울려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눈 먼 처녀는 주변의 정경을 보지는 못하나 날카로운 감각과 마음의 눈으로 자연 속에 잠재되어 있는 신비로운 원형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다시 재생시킨다. 이와 같은 원형적 고향에 대한 추구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민족정서에 이어져서 목월의 시가 지속적으로 읽히게 되는 이유가 된다. 목월의 초기 시 '청노루', '윤사월' 등은 자연세계와 일체감을 갖는 향토적 서정과 민요의 가락을 살린 시로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의 시는 민족정서와 음악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국민의 시로 평가받고 있다. '윤사월'에 나오는 '외딴 봉우리', '외로운 꾀꼬리' 등의 시구는 모두 고적한 풍경들이다. 외로움 속에서 자연의 소리와 풍경들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서 시의 매력을 고조한다. 거기에 민요의 가락과 어울리는 전통적 운율이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서 잃었던 고향, 즉 원형을 재생시킨다. 원형을 재생시킨 목월의 시는 가장 압축된 시 형식 속에 무한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데서 특이한 시적 감수성으로 다가온다. 목월의 시는 가장 압축적인 시 형식 속에 무한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으면서, 전통적인 우리의 율조(律調)를 시의 가락으로 원용하여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가지게 하는 데서 특이한 시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는 고향탐구의 정서와 조화됨으로써 우리의 민족정서와 더욱 가깝게 접근했던 것이다. '윤사월'과 '청노루'와 '제상(祭床)'은 그러한 성격의 시들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며, '나그네'도 그러한 시의 범주에 속한다. 목월의 시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그가 추구한 주제나 시의 세계가 5주년을 주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기에 나타나는 인생문제의 새로운 인식, 후기시의 중심 요소로 등장하는 문명 비평적 경향 등은 목월의 시가 시대적인 상황과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그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시의 소재를 찾고, 거기에서 삶과 죽음의 분리 및 생의 허무함을 자연과 교감하는 시적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비근한 일상사가 생의 근원적 문제가 되며, 주변의 이야기가 가장 훌륭한 시적 요소가 된다는 것을 그는 6·25전쟁을 거치면서 새롭게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