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문학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시문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향가'의 본산이며 산문문학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금오신화'의 탄생지다. 현대문학으로 건너와서도 경주는 선전했다. 김동리, 박목월이라는 두 사람의 문호가 태어난 곳이라는 점은 경주의 문학적 혈맥이 예사롭지 않음을 증명한다. 그 후 수많은 문학가들이 경주에서 살거나 경주에 머물면서 붓을 물고 사색했다. 경주에는 아직 생존해 있는 문인들이 경주 문학의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근식, 정민호 선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오랜 세월 울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퇴직 후 경주에 정착한 '김성춘' 선생도 경주의 문학적 층위를 두텁게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시문학에 큰 비중을 차지하며 경주의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경주에 우리나라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여류 문학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경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경주의 문학적 풍토가 좋아서 정착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소설가 '강석경' 선생이고 한 사람은 시인 '최승자' 선생이다. 워낙에 고요한 성품을 지닌 두 사람은 경주의 문학인들과 큰 교류는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경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정이다. 강석경 선생은 경주에 머물면서 '경주 산책'이라는 산문집도 냈다. 그 성과물은 경주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최승자 선생은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최근 경주에 정착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 선생은 우리 시문학계에서 빼어난 스타일리스트로 손꼽힌다. 황지우, 이성복, 김정환 등과 함께 19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문학을 이끌었던 사람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자신의 영혼을 생생하게 담아 배열하는 치열한 시인이다. 우리 문학의 중요한 자산인 이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유형자산만 가꾸고 치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들의 소중함을 시민 모두가 알고 공유해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