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인도양 서남 해역의 섬나라 '모리셔스(Mauritius)'에 국제회의 출장을 다녀왔다. 이 섬은 아프리카 남동 쪽 거대한 섬 마다가스카르(한반의 약 2.7배)에서 다시 동쪽으로 약 800km미터 떨어진, 제주도보다 약간 크며 인구 100만이 조금 넘고 '한식당'도 한 군데 있다. 기후는 10월에도 한여름처럼 덥고 습하지만 깨끗한 자연 풍광 때문에 근래 한국에도 꽤 각광받는 신혼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비행기로 두바이까지 9시간쯤 가서 갈아타고 다시 약 6시간을 남으로 가야 한다. 신혼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인도양 아득한 섬 모리셔스는 무인도였고 한때 토종새인 '도도새(Dodo bird)' 살았다. 칠면조보다 좀 크고 약 23-25 kg 정도로 그 섬의 '먹이사슬' 최상층부에 있었다. 포유류나 다른 천적도 없이 편하게 살다보니 날개가 있었으나 애써 날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큰 몸집에 비해 날개는 점점 작아지고 퇴화해 갔다. 그러던 중 16세기에 포르투갈 선원들이 오고 그들과 함께 '포유류'도 왔다. 이어 네덜란드 사람들도 와서 그 식민지가 된 적이 있다.  도도새는 처음 보는 인간들이 오자 신기한 손님들에게 멀뚱멀뚱 다가가 보기도 했을 것이다.항해에 지친 사람들에게 도도새는 좋은 식재료가 되었다. 육중한 몸에다 거의 기능 상실된 날개로 날지도 못한 채 잡아 먹혀 갔다. 그들의 알은 같이 배타고 온 쥐들의 밥이 되었다. 그러다 도도새는 17세기 말 경에 '멸종'되었다. '도도'란 말은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는 뜻이라 하며 영어로 '바보'·'얼간이'란 뜻으로 쓰인다.  새의 생명은 나는 데 있다. 그러나 도도새 그들은 작은 고립 세계의 최상위자로서 안주하다보니 새들에게 유일한 무기인 날개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 포유류라는 새 상위 포식자가 나타나자 그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결국 생존의 장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생존의 법칙이다! 오늘날 모리셔스에는 박물관이나 기념품 등에 그 모형이나 그림이 전해져 올 뿐이다. 소위 '미꾸라지론'에 의하면 '가물치'사는 논의 '미꾸라지'들이 가물치 없는 논의 미꾸라지들보다 더 크다고 한다. 생장 발전에는 적당한 자극기제(刺戟機制)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세상과 격리되어도 뒤처지기 마련이다. 고립된 갈라파고스의 거북이 생태에서 유래된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것도 이것이다. 인간사회 조직도 마찬가지로 자극과 변화라는 긴장이 있어야 강성해지는 법이다.  비약일지 모르나,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처럼 사회에도 '감시자·비판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감시자·비판자가, 집행부에게는 입법부, 정치인에게는 민심, 종교인에게는 계율이 될 것이다. 이 먹이사슬 구조는 서로가 얽혀 작용하며 돌아가는 것이다.  고도(孤島)의 도도새처럼 도전도 스트레스도 없이 절대적 지위에만 안주하는 개체는 닥쳐 올 변화에 절대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견제 없는 권력은 길지 못하며 독선적 지위는 때가 되면 사정없이 무너진다. 지속 가능한 생산적 조직이 되려면 비판 기능을 하는 이른 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이 필요한 것이다.  당(唐)의 태평강국 '정관의 치'(貞觀之治)는 직언을 도맡아 하는 악마의 재상 위징(魏徵)과 그 위징을 중용한 당태종(唐太宗)의 포용적 내공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자극 없는 개체는 퇴화하며 비판 없는 조직은 퇴보한다. 소위 그들만의 조직, 순혈 조직은 소수 의견을 불허하는 집단사고(group think)의 덫에 걸리기 십상이며, 독선적 리더십은 조직 생명을 필연적으로 시들게 한다. 비판자를 키워야 하고 바깥세상도 내다 봐야하며 다른 원리 주장도 담아 봐야 한다. 머나먼 모리셔스의 가련한 도도새 같은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삶의 숲 속에 '맹금류' 한두 마리쯤은 키워야 한다.  ■필자 전충렬(62) ·경주고,경희대,영국 Exeter대, 행정고시 27회 ·행정자지부 인사 과장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행정관 ·미국 워싱턴 대사관 공사참사관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외교통상부 기획조정실장 ·행정안전부 인사 실장 ·(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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