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관람하고 나서 호평을 내놓자 영화관이 붐볐다. 정통 예술영화치고는 엄청난 관객이 들어 성공했다. 지난여름 박근혜 대통령이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의 태화강 대공원 십리대숲과 대왕암공원을 방문하면서 일약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여름휴가객들이 울산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면서 가방 속에 넣어간 책이 소개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다. 이 경우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례적이기도 하거니와 대통령의 행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그러기 때문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이색적인 행보는 국민 모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가 일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선거 때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발자취는 달갑지 않아 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지도부가 전통시장을 방문해 호들갑을 떨자 상인들이 짜증을 내면서 얼른 비켜달라고 큰소리를 친 적이 있다. 정치인이나 단체장의 행보는 매우 진중해야 한다. 자신들의 움직임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것이 상투적인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닌지 따져야 한다. 해마다, 절기마다, 시기마다 반복되는 의미 없는 행보에 시민들은 불편해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명절 앞둔 시장 방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각 지자체의 단체장들은 앞다투어 시장을 찾아간다. 공무원들에게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토록 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장 골목을 누비기도 한다. 단체장들의 이런 행보는 무슨 의미를 갖는가. 이런 움직임이 과연 전통시장 활성화와 시민 살림살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평소에 장바구니를 들고 수행자들 없이 시장을 찾는 단체장의 모습을 보고싶다. 평소에 불쑥 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소탈한 대화를 나누는 단체장이야 말로 진정한 목민관이다. 때만 되면 카메라맨과 수행자들을 대동해 등장하는 모습을 이제는 자제할 때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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