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연휴는 수요일부터 시작이지만 벌써부터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에서는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각 기업이나 학교에서 추석연휴를 포함한 인접 평일까지 휴가로 지정해 긴 휴가를 누릴 수 있도록 조치한 덕분이다. 이제 추석연휴는 여름휴가에 이어 또 하나의 휴가가 되는 모양새다. 이 기회를 틈타 해외로 휴가를 즐기는 국민들이 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인천공항에서는 추석연휴기간 동안 출입국을 합쳐 하루 평균 16만명 이상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해외여행을 자제했던 것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정도의 추세라면 이번 추석에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들은 최소한 100만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국내여행을 즐기는 국민들까지 더한다면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다. 우리의 경제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며 명절문화가 크게 바뀌었다는 말도 된다. 전통적인 명절 개념이라면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고향집에 모여 서로 얼굴을 대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보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고집한다면 이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사이버 차례가 이뤄진다는 말도 들리는 판국에 해외여행은 자연스러운 휴가 보내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전통 명절을 기리는 의식이 잊혀서는 안 된다. 거기에는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 있고 생활 모습이 담겨 있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 하더라도 민족적 경계는 분명히 존재하며 피에 녹아든 정서를 잊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의 전통 24절기를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추석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명절이다. 해외여행을 떠나든 국내여행을 떠나든 우리가 전통적으로 간직해 온 민족 정서는 잊어서는 안 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