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미래학자 '엘빈 도퓰러'가 수 년 전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학생들은 이제 곧 없어질 직업을 위해 하루에 무려 16시간의 공부를 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우리나라 교육 커리큘럼은 쉬 이해가 되지 않는데, 미래학자인 외국인의 눈에 '한국의 교육'은 정말 우스꽝스럽게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업을 마친 후에 앞으로의 인생에 필요한 지식이나 소양을 기르기 위한 공부라기보다는, 오직 '입시'라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공부를 한다. 학교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과외'까지 받아가면서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는 즉시 모두 잊어버리거나 혹은 일생동안 단 한 차례도 써 먹을 가능성이 없는 지식 공부에만 매달려 비싼 교육비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현재 대부분의 전통적인 직업들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학위'가 곧 사회적 신분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 채, 모두가 포장지에 불과한 학위 취득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미래를 대비하는 현실적인 교육혁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도 1·2·3차 산업혁명기를 지나면서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긴 했다. 그러나 사라진 직업들을 메꿀만큼 또 새로운 직종들이 등장하곤 했는데, 이번에 불어닥친 제4차 산업혁명은 과거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제 사라진 직업들을 대체할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란 정말 어렵게 되어있고, 극소수를 제외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잉여인간'으로 전락하여 사회보장제도나 타인의 소득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다면, 마땅히 전통적인 교육체계나 직업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쏟아 부우면서 억지스러운 고용 육성책이나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에만 매달리는 우(愚)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에게 불어 닥친 이 신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는 과거 한 단계씩 도약해온 인류 문명의 진화와는 좀 다른 현상이다. 포유류가 점점 진화하여 침판지 같은 영장류로 변화한 것을 과거의 산업혁명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침판지나 고릴라가 갑자기 인간으로 돌연변이 한 것으로 비유될 만큼,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인간이 고안한 모든 도구들이 스마트해 지면서, 과거처럼 단순히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있다. 이제 아예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여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을 노동현장에서 밀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처럼 사람과 사람이 경쟁하면서 신분의 우위를 다투는 체제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사람이 창조한 저 스마트해진 기계들로부터 인간의 신분을 유지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산업현장에 쓸모가 있는 직업교육도 아니요, 인간의 품위를 지켜줄 수 있는 인성교육도 아니면서, 고비용만 지출하게 하는 현재의 교육은 이제 좀 그만두고, 전혀 새로운 사회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식구조와 교육시스템을 먼저 갖추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향한 선결과제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제 인류는 사람의 두뇌속에 저장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방대한 지식정보를 생산해 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빅데이터를 용이하게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 보조 두뇌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굳이 그 복잡한 지식정보를 머리속에 주입시키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아니 할 수 없고, 오로지 사람의 두뇌는 각종의 스마트 도구들을 앞지를 수 있는 상상력이 곧 경쟁력이 될 것이다. 미래의 직업은 상상하는 사람이 만들어 낼 것이며, 상상세계 속에서 상상의 삶을 즐기는 것만이 유일한 인간의 '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