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의 지진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트라우마'를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들, 특히 고층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언제 다시 강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한 번도 고강도의 지진을 느껴보지 못했던 국민들의 당연한 현상이다. 지진이 발생하자 국무총리에서부터 여당의 대표까지 '진앙지'를 찾아 현황을 파악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바람직한 대처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한 장의 사진은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진 피해 현장을 찾은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최양식 경주시장이 지진 피해복구 현장에서 삽을 들고 흙을 퍼 올리는 사진이다. 당연히 솔선수범의 차원에서 취한 포즈지만 거슬렸다. 그 현장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거나 공장이 만들어지는 건설현장이 아니다. 한시가 다급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도지사와 시장이 삽을 들고 흙을 퍼 올리는 것은 다름 아닌 '보여 주기식'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들이 복구작업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은 모두 안다. 그 현장이 어떤 현장이었나. 지진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빨리 피해를 복구하고 대비해야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맞닥뜨린 고통의 현장이었다. 그 곳에서 도지사와 시장이 삽을 들었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시민의 피해를 행정에서 최대한 빠르게 지원하고 안정을 찾도록 돕겠다는 몸으로 하는 신호라는 의미와 재난 현장에 발 빠르게 찾아와 할 일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용 메시지'라는 의미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어리석고 한심한 짓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정부의 고위 관리가 재난현장에서 '인증샷'을 찍다가 국민들의 호된 저항에 부딪힌 적이 있다. 도지사와 시장의 삽을 들고 있는 사진을 두고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거슬리는 것은 거슬리는 법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