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낳은 청록파(靑鹿波) 시인 중 한분인 목월(木月) '박영종' 선생은 인생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했다.  '구름'은 공기 중의 수분이 엉켜서 미세한 물방울이나 빙정(氷晶·얼음의 결정)이 되어 떠있는 물체이다. 구름은 또한 문학의 시제로써 많은 작품에 인용되며, 사람과 많은 관계를 하고 있어 인생을 비유하는 문장들이 매우 많다. 우리의 속담에도 허망한 짓이나 금시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를 비유하여, "구름장에 치부했다" "검은 구름에 백로 날아간다"는 정처 없이 떠돌아 다녀 종적을 알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 모른다"는 사람의 일은 미리 짐작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구름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모두 방탕, 탐구, 원망, 꿈과 향수의 영원한 상징이며, 목장의 잡초와 관목의 잔가지까지 모두 정화시킨다고 한다.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 장자(莊子)도 "한 조각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는 것은 생명을 의미하고 한 구름이 사라지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고 했다. 이규보의 가사문학에도 "구름은 경각(짧은 시간)의 사이에 변화가 무쌍하여 사람으로서는 측량할 수 없는 것이며 느릿느릿 퍼지는 구름은 군자의 거동과 같고, 거두어들이듯 모아지는 구름은 지사(志士)의 기교와도 같은 것이라"했다. 시인 헤세의 시에서 "구름은 분노이고 죽음을 이겨내는 힘이다. 구름은 어린아이와 같이 온순하고 부드러우며 평화롭다"고 했다. 여름에서 초가을로 옮아가는 절기에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솜뭉치처럼 떠있는 뭉게구름은 보는 이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풍요로움이 묻어나고, 새털같이 분분히 흩어져 흐르는 조각구름은 삶의 의욕과 애정을 풍긴다. 평소의 자주 읊던 시 구절이 생각난다.  맑게 닦아 낸 거울과 같은 하늘로 구름이  지나간다. 회색의 이불 같은 구름 바람은 하나도 없다. 구름이 조용히 지나간다.  갑자기 별이 하나 반짝인다.  처마 끝에서 울고 간 새벽으로 구름은 고 요히 하늘을 흐른다.  문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꿈도 저 구름 속에 있다고 예부터 사람들은 믿어왔다. 그래서 높은 이상과 벼슬을 가리키는 말로 푸른 빛깔의 구름을 상징한 '청운의 꿈'이란 말을 쓴다. 가을을 상징을 코발트색 하늘이라고 한다면 '청춘(靑春)'이 바로 그곳의 주인공이요 바람과 구름인 풍운(風雲)을 타고 활약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두고 한 말이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고 난처한 처지에 놓였을 때 기도하며 애걸하는 노랫말 가사에, "저 구름아 너는 알겠지, 어쩌면 좋을지 말 좀 해다오." 마치 인생은 흐르는 구름 같아 동족체의 느낌을 항상 느낀다. 그래서 인생을 '구름 나그네'라 한다. 인간은 영원한 떠돌이이며, 고독할 수밖에 없는 방랑자이며, 그 생명은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다고 해서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 했다. 맑은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 휘영청 밝은 8월 둥근달이 고향을 그리는 노객과 같은 인간의 마음을 더욱 서럽게 만든다. 달(月)은 부모(父母)요 고향(故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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