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위기에 더 빛이 난다. 2010년 10월 전투보다 심한 상황에서 성취된 기적의 리더십이 있었다. 그 해 8월 5일 칠레 산 호세(San Jose) 광산에서 갱도 함몰로 지하 700m에 광부 33명이 매몰되었다. 매몰 2주가 지나도록 생사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자 구조 수색은 거의 포기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대통령(S. Pinera)의 의지에 따라 계속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던 중 17일 째 한 굴착기에 33명 모두 살아 있다는 종이쪽지가 묻어 나왔다. 그리고 매몰 69일 만에 전원 구조되었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 나왔을까? 섭씨 32도 습도 95%, '희망 제로'(zero)! 오직 절망뿐인 폐쇄 환경을 견디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매몰 33인은 연령 19세~63세에다 전직도 다양했다. 작업반장 루이스(Luis Urzua, 당시 54세)가 중심이 되어 그들을 기적의 생환으로 리드했다. 그는 그 공포의 현장에서 반원들을 어떻게 이끌었나? 남은 식량은 10명의 2일 분량에 불과했다. 우선 식량 통제, 48시간마다 똑 같은 소량을 같은 장소에서 배분했다. 다음으로 임무 분담, 간호 경력자는 건강체크를, 노래 선수는 수시로 노래를, 교회신자는 기도를 담당하게 했고 기록 담당자까지 지정하는 등 각자 역할을 주었으며 자신은 갱도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공간 배분, 작업공간· 취침공간· 위생공간으로 구분해 규칙적인 생활과 조별 교대근무를 유지했다. 또한 광부사회의 전통인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대신에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소통으로 매일 정오에 사소한 일까지도 1인 1표의 동등한 발언과 투표로 결정하도록 했다. 모두가 이에 따랐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상호 격려와 희망을 공유했다. '반드시 구조된다.' '희망을 포기하지마라.' '우리는 33총사로 영원히 함께하자' 68일 째부터 캡슐 구출이 시작되었고 약 이틀 걸려 69일 째 반장 루이스가 마지막으로 구조되었다. 이 감동 찬 이야기는 세계에 방송되고 후일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생존 본능적인 아귀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극한 상황에서 이처럼 질서 있게 대처하고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은, 리더의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솔선하는 민주적 '코칭리더십'(coaching leadership)과 이를 받쳐주는 반원들의 팔로우어십(followership)이 결합하여 '희망'을 자체 생산하며 버티었기 때문이다. 또한 밖에는 대통령의 포기하지 않는 '경영자적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안팎의 리더십이 이른 바 줄탁동시적인 하모니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갱도 안에서 혼연일체의 리더십이 밖으로 향할 때 갱도 밖에서는 구조책임자의 리더십이 안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전통적인 리더십의 종말을 고하고 사회관계망(SNS) 시대의 '변혁적 리더십'을 제시하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평시에 있어서의 리더십 이야기일 뿐이다. 리더십을 평시와 위기의 리더십으로 나눌 때, 위기의 극한 예는 전쟁이나 화재·침몰·지진 등 재난상황일 것이다. 이 위험들은 판단의 시급을 요하는 '급박성'과 대안이 없는 '난감성'을 그 속성으로 한다. 생존의 법칙! 위기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 유형도 다른 법이다. 화재와 같은 '급박성' 처지에서는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그러나 산 호세의 함몰 갱도처럼 대안부재의 '난감성' 상황에서는 동의와 신뢰에 입각한 '합리적·민주적 리더십'이 주효했다. 그에 따른 '질서'와 '격려' 그리고 '의지'의 작동으로 생존의 길이 열린 것이다. 우리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고 했듯이 무너진 칠레 광산에도 살아날 길이 있었던 것이다. 어떠한 위기 상황이든 어떤 형태의 리더십이든 팔로우어십과의 매칭은 그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된다. 그리고 바탕에는 언제나 '신뢰'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위에 리더와 팔로우어가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신뢰는 유사시에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 노력으로 축적되는 것이며 축적된 '신뢰'가 '기적'을 낳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