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일상이 있다. 일상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 있고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이 일상에서 일탈해 버리면 삶의 궤적이 흐트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으로 말미암아 상처를 입은 경주시민들의 일상복귀는 쉽지 않을 듯하다. 언제 다시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손이 떠버렸다. 도로에 덤프트럭이 지나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시민들 아닌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통들은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경제적 고충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렇고 질병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 대한 고통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속수무책으로 허공만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대책이 없다. 그저 기도를 드리며 이 재앙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게 해달라고 할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냉정을 찾아야 한다. 일본국민들이 무수하게 발생하는 지진에 차분하게 대피하는 모습을 본받을 때다. 여진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5.8 본진에 비해 더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의 고통을 나누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이미 엄청나게 성숙해져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재난 상황에 구조대를 급파해 용감하게 활동했고 시민단체에서는 성금을 모아 구호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들은 당장 내 이웃의 일이 아니지만 지구촌 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휴머니즘을 발휘해 심시일반 도왔다. 이제 더 이상 방황하면 안 된다. 재난은 바로 우리가 직접 겪고 있다. 침착하게 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놀란 가슴을 부여안고 하루하루를 조마조마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다독여야 한다. 여기서 일상을 놓아버리면 오랫동안 더 심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우리 인간은 어떤 재난에서도 굳건하게 버티고 이겨낼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