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시름에 빠졌다. 대규모 지진으로 시민들의 삶터와 관광지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4년 전 이맘때, 우리 '구미시'가 겪었던 힘든 시간들이 떠올랐다.  2012년 9월 27일, 추석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구미국가산업 4단지에 자리한 한 기업체 근로자 실수로 발생한 사고였다. 사망자 5명, 부상자 18명, 농작물과 산림, 가축, 기업체 등 구미시 전체 면적의 0.9%에 달하는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그야말로 전례가 없던 '화학재난사고'였다. 시민들이나 언론, 심지어 정부까지도 사고수습에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 걱정들이 무색할 만큼 빠른 사고 수습과 복구로 구미시는 일상을 되찾았다. 사고발생 12일 만인 10월 8일, 피해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554억 원의 복구지원비가 결정되었다. 두 달 뒤인 12월 5일에는 피해 주민들과 극적인 보상타결이 이루어져 불산누출사고는 모두 마무리 되었다.  당시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따뜻한 위로와 격려였다.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여진 성금은 물론 라면, 생수 등의 생필품, 의료지원 등 금액으로 따지면 14억 4천만 원이 넘는 손길이 좌절에 빠져있던 구미시민을 일으켜 주었다.  그로부터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구미시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졌다. 한 마디로, 전화위복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필자는 틈만 나면 '상기하자 9.27'을 외친다. '상기하자 6.25'처럼 과거를 교훈삼아 자나 깨나 '안전'에 유의하자는 뜻에서다.  그간 전국 최초로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유치해 운영하고, 시청 조직에는 '안전재난과'와 '환경안전과'를 신설했다. 특히, 불산사고 1주년을 기념해서는 서울, 부산 등 전국 5개 도시를 돌며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재난의 도시'라는 부끄러움을 넘어 '환경안전도시'로 거듭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현재 구미시는 화학안전은 물론 내년 WHO가 공인하는 '국제안전도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불산 누출사고는 우리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였다.  '특별재난'에 관한 한 구미는 경주의 선배도시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이나 걱정, 피해복구의 막막함을 어느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지난 22일, 경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시름에 잠겼던 시민들도 조금씩 기운을 되찾고 있다. 구미시도 조그만 정성을 모아 경주를 방문했다. 구미시 공무원들과 구미시상공회의소가 함께 했다. 최양식 시장을 만나 하루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구미시민들의 마음도 전했다.  그렇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나누어야 한다. '부정'의 말보다는 '지지와 격려'로, 따가운 눈총보다는 따뜻한 '미소'와 '사랑의 손길'로 함께 해야 한다. 지금, 경주에는 희망의 싹이 돋고 있다. 이웃도시에서 자원봉사자와 전문가들이 경주를 찾아와 피해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허물어진 담장을 세우고 있다.  필자는 믿는다. 수많은 위기를 딛고 천년의 고도를 만들어 낸 경주 아니던가. 분명 이번 지진의 어려움도 한걸음 전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경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불안과 걱정을 떨쳐내고 더 찬란한 모습으로 그 위용을 뽐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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