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强制) 한다는 말'은 스스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자진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權力)'이나 '위력(威力)'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누르는 강압적인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방예의(東方禮儀)의 나라라고 인정받는 우리나라에서 생각조차 하기 힘든 사건이 생겼다. "불효자식(不孝子息)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財産을 돌려주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와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부모에 대한 부양(扶養)문제가 재산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볼썽사나운 데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줬던 효(孝)의 근본 사상마저 흔들리고 있어 모두가 걱정스럽다.  아무리 물질만능(物質萬能) 사회라 하지만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마저 계약서(契約書)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박하게 느껴지는 요즘의 사회가 원망스럽다. 효경(孝經)에 "어버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지 않고, 어버이를 존경하는 사람은 남에게 오만하지 않는다"고 했다. "'효(孝)'의 도리는 모든 '선(善)'의 으뜸으로 하늘의 본성(本性)에서 나온 것이며, 그 '은혜(恩惠)'가 지극히 깊고, 그 '윤리(倫理)'가 지극히 무겁고, 그 '정(情)'이 가장 간절한 것"이라 했다. 성인의 도(道)는 인(仁)에 근본 하였고, 인을 행하는데 반드시 효도에서 비롯하나니, '효도'는 백 가지 행실(行實)의 근본(根本)이요, 만 가지 교화(敎化)의 근원(根源)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충실히 부양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이를 이행치 않은 아들에게 '증여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민법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간에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증여 계약과 상관없이 아들은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들은 재산을 물려받은 직후부터 돌변했다고한다. 10여 년 동안 같은 집 1,2층에 살면서도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식사도 따로 먹었다고 한다. 요즘 경로당에서 노인네들끼리 나누는 대화 가운데 "자식에게 재산을 한 푼도 안주면 맞아죽고, 반만 주면 무서워서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빈말로 들리지 않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법(法)과 제도로 효도 사상을 유지하겠다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약간 이해는 가지만 뒷맛은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효도를 강제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흐름인지 물어볼 때도 없다. 가령 법에 따라 불효한 자식을 처벌하고 재산을 돌려받는다 해도 상처 받은 부모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효도를 강요할 수 있는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인성교육(人性敎育)을 위한 사회적 풍토와 공감대 형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자식의 배신에 대비한 계약서가 아니라 진정한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윤리적 교육 체계는 없는지 자성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자의 효(孝)는 자식(子)이 늙은 어버이(老)를 업고 있는 형상이다. 자식은 평생 자식이 아니다.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노인(老人)이란 자식(子息)을 둘 합친 것과 같다"고 했다. 스스로 '노인'인 것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것이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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