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한 번 내린 결정을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물리학(物理學)에 '관성(慣性)의 법칙'으로도 설명될 수 있는데 즉, 어떤 방향으로 가속(加速)이 붙은 물체는 계속 진행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성질이 그것이다. 사람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소위 한 번 필이 꽂히면, 계속 그 방향으로 진행해 가려하고, 도중에 장애물(障碍物)을 발견해도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저 장애물을 제거할 것인가에 더 골몰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와같이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미 강한 자기 합리화의 성향을 본래 가지기 때문에, 자신이 내린 결정을 더 믿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타인의 반대 의견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게 아니고 아예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믿고, 그 결정을 합리화 시키려는 '확정편향(確定偏向)'은 보통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심리현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집단(集團)의 리더가 이 확정편향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 집단 전체가 불행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국가를 비롯한 모든 단체 조직들이 어떤 결정에 대한 '교차점검 시스템'을 만들어 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즉,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을 점검할 수 있는 각종 의결기구나, 자문기구 내지 하부 조직들이 그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교차점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결정권자의 결정만을 추종하는 상황이 되면, 그 집단은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고, 단 한 사람에게 모든 사람의 운명이 맡겨 진 꼴이 된다. 우리가 독재(獨裁)를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독재라고 하면 우선 어떤 위정자(爲政者)를 연상하기 쉽겠지만, 독재는 국가정부 뿐만 아니라 모든 단체에 존재하고, 너와 나의 관계에서도 존재한다. 내가 확정편향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타인에게도 공히 같은 성향이 있다는 것을 우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상호 교차점검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결정권자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며, 그 결정에 무조건 찬성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즉, 결정권자의 권력이나 권위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독자적 판단으로 그 결정을 점검해야 결정권자의 결정에 대한 오류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시키는 자와 따르는 자 모두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교차점검의 의무를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말자. '콩은 콩'이고, '팥은 팥'일 뿐이기 때문에 분명히 콩을 콩으로 본 사람이 있고, 팥을 콩으로 잘 못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모든 항공기에는 조종석과 부조종석이 있고, 비싼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항공기에 반드시 두 명의 조종사를 배치하는 이유는 바로 이 '교차점검'의 필요성이 항공기의 안전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