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화제가 10월 3일 개막된다.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신라문화제는 지난 1962년에 시작됐다. 중간중간 빠진 것을 제외하고 이미 5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축제는 경주의 축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역사와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진정한 역사문화축제로 각광을 받았다. 당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부족했던 국민들에게 신라문화제는 최고의 '버라이어티 쇼'였던 셈이다. 신라문화제가 열릴 시점이면 전국에서 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관광객이 몰렸다. 지역의 여관은 당연히 꽉 찼고 친인척의 집을 찾아 신세를 지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구시청 앞 봉황대는 거리 퍼레이드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이 올라가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던 신라문화제가 어느 순간 침체를 거듭했다. 매체의 발전과 축제 프로그램이 매너리즘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눈길을 끌 수 있는 개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인색했다. 축제 선진국의 축제는 나날이 발전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했지만 신라문화제는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실패한 것 같다. 벤치마킹도 하지 않았고 자체적인 고민도 적었다. 또 대형 문화축제인 세계문화엑스포가 개최되면서 슬그머니 뒷방으로 밀려난 처치다. 하지만 올해의 신라문화제는 의미가 다르다. 지진으로 엄청난 실의에 빠져 있는 경주에서 열리는 축제이므로 이 기회가 경주 회생의 결정적인 디딤돌이 돼야 한다. 물론 프로그램은 예년과 다를 바 없겠지만 다른 해와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는 축제이므로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경주시의 공무원들이 전국을 돌며 신라문화제 홍보에 열을 올리고 국민들이 경주를 방문해 줄 것을 호소하는 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단계도 중요하다. 신라문화제는 자체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세계문화엑스포와는 차원이 다른 축제다. 경주의 정체성을 가지고 독특한 경주의 행사로 키워나가야 한다. 무수하게 많은 세계의 축제를 직접 보고 느껴야 하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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