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원들은 어디 있나요? 노란 잠바 입고 사진만 찍고 가네요. 주민대표 시의원님 얼굴 보고 싶네요." 경주시의회를 향해 시민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지진 진동소리 보다 더 크게 들린다. "우리는 그냥 단순한 시의원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대표이며 우리가 하는 말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이라는 말을 회의석상에서 입에 달고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진 복구 현장에는 지역주민대표인 시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시의원들은 어디 있는지 복구 현장을 찾은 공무원들에게 주민들이 되묻는 말들이다. 대통령이 오고 장·차관이 오고 중앙당에서 오면 번개처럼 노란색 잠바를 입고 나타나 사진을 찍고 바람같이 사라지지만 재난복구 현장에서는 시의원들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 정도면 시의원 보고 주민대표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이다. 얼마 전 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모 시의원은 해외 지진 발생 도시의 대응 및 극복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 고배나 중국 쓰촨성 해외 견학을 가지고 말한 것이 알려져 많은 시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지진 복구가 10%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번 주말에 남부지방은 태풍의 영향으로 호우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너진 기와 사이로 비라도 세면 어떻게 하지?'라며 태산같이 걱정하는 주민들을 뒤로 한 채 해외여행을 주선하고 있는 시의회 모습을 보고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경주에 찾아오겠나. 외국사례도 배워 자연재해에 대해 대비하고 슬기롭게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힘들어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 기와 한 장이라도 올려주고 지역구 현장에서 지역민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나. 지역민의 아픔과 고통은 외면한 채 자연재해 대비책 마련을 핑계로 해외 유람을 생각하는 시의원들은 전국에서 경주밖에 없을 것 같다. 말로만 지역민들의 대표이고 선거 때만 머슴이 되겠다고 말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 지역구에 가서 기와 한 장 올리고 무너진 담장을 쌓는 일부터 하자. 그것이 민의를 대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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