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어지럽다. 파국으로 치닫는 여야 대치의 정치판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우리 사회의 어디를 둘러봐도 그 사정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과 북한의 핵 도발,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이기주의 만연과 노사분규, 각계각층의 불신과 반목, 사회 곳곳의 부패와 그 역겨운 냄새, '김영란법'에 따른 혼란과 혼선 등 이루 열거하기 부끄러운 일들이 비일비재다.  설상가상, 근래에는 지진 공포와 그 미증유의 트라우마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세상이 '연옥'에 다름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가 어떤 문인이 말한 대로 우리 국가와 사회가 '인간은 외출하고 없는 삭막한 공간'이 돼 버리지나 않을는지 심히 우려된다.  우리는 지금 우선 편협한 이기심을 앞세우고, 위선을 진실로 가장하거나 남을 생각하는 척 기실은 해치고 있지나 않은지 스스로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자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닫게 되고,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하는 발버둥과 술수, 남 헐뜯기와 비난으로 얼룩져 '역지사지'와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불신과 불행으로만 길이 트이고. 종국에 가서는 자기 파괴로까지 이어질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비인간적인 행태는 가정에서의 천륜 배반, 직장에서의 불신과 적대행위를 낳고 키우게 되며, 국가와 사회는 그런 악재들이 모이고 쌓여 아수라장이 안 되고 베길 도리가 있겠는가. 더구나 그 피해가 모두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어떤 학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선 신의와 의리, 약속과 믿음이 파편처럼 부서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인간사회의 지진현상은 정치지도자들 사이에 가장 먼저 일어나 도미노현상을 불러 온 나라를 혼란과 갈등, 걷잡을 수 없는 분열과 파멸로 몰고 가는 강진과도 같을 것이라고도 했다.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 '모모스'에 대한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남을 경멸하고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는 모모스신은 언제나 남의 험담에만 한껏 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가슴에 창을 만들어 속마음을 알 수 없게 했다'고 말한 신을 비난했다가 결국은 하늘에서 쫓겨난 '죄악의 신'이었다는 것이다. 짧게만 끌어들인 이 모모스신 이야기가 비유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남을 헐뜯고 비난하지 말라는 경고다.  '해동가요'에 나오는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 하네/검거나 희거나 옳다 할 이 없다/차라리 귀 막고 눈 감아 듣도 보도 말리라'라는 대목이나 조선조 개국공신으로 영의정을 지낸 이직(문경공)의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라는 시조도 같은 뉘앙스의 일깨움을 안겨준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생각하더라도, 겉이 희고 속이 검은 사람이 검은 겉모습의 사람을 비웃지 말라는 것은 설령 그런 사람의 속이 검다고 하더라도 남만 비난하는 '남 탓' 타령을 하지 말라는 경고 정로도 새겨듣게 한다. '해동가요'의 검은 걸 희다 하고 흰 걸 검다 하는 왜곡은 다 옳지 않으므로 차라리 듣지도 보지도 말라는 메시지는 비난과 험담이 난무하는 세상을 향한 절규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조 중종 때는 '당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서로 모함하고 비방하는 유언비어가 난무해 나라를 온통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지만, 오늘의 정치판이나 사회 구석구석도 그에 진배없어 보인다. 정치판이 검은 걸 흰 것으로 가장해 국민의 넋을 빼거나 기상천외의 음해성 전략을 구사해서라도 이기고 보겠다면 민생이나 국가 발전은 뒷전인 채 오로지 권력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이 헐뜯기 진흙탕 싸움으로 갈등과 분열을 가열시키는 일은 반드시 자제돼야 한다. 우리 모두도 '남 탓' 타령을 벗고 '내 탓'부터 들여다보는 평상심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어진 자는 그 말 한 마디도 가벼이 하지 않는다'고 공자도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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