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심상찮다.  득과 실이 명확한 영역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애매모호하거나 장단점을 따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고급 음식점이나 화훼 관련 분야에서 시장이 축소되어 서민들의 생활에 지장을 준다고도 한다. 또한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도리어 법을 피하여 드려나지 않게 부패가 만연할 것이라는 측면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숲속에서 현상을 바라다보면, 그 답을 찾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숲을 바라다보면, 더욱 명료해지게 된다. 사회생태계, 특히 기업생태계의 렌즈로 이 현상을 바라다보면, 그 문제를 더욱 명료하게 파악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수년간 기업생태계를 연구해 왔고, 한국과 미국 기업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경영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분석해 왔다. 경영자들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그 생태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더 높은 차원의 궁극적인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  기업생태계가 건강하고, 해당 기업에 유리해야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생태계 렌즈에서 경영현상을 바라보고 전략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청탁금지법은 어떻게 사회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가를 이해하면, 그 법을 보는 시각이 명료해진다. 글로벌 사회에서 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업을 두고 기업들 간에 경쟁을 한다고 하자.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기업은 극단적으로 2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데는 적절한 수준에서 투자하고, 나머지는 결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에 로비를 한다.  둘째는 전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최선으로 작성하여 그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한다. 기업의 선택은 명확하다. 수주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생태계, 특히 기업생태계는 전자에 가깝고, 다른 선진 경쟁국에서는 후자에 가깝다고 하자.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어느 나라의 기업이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인가는 자명하다.  두 번째 예는 연구자들의 모임인 학회의 경우이다. 연구자들의 모임인 학회는 그 운영을 위해 회비와 외부 자금을 유치하여 운영비용을 조달하고 있다. 필자도 학회의 회장을 역임한 바가 있지만, 학회 운영 자금은 회비보다는 외부자금유치에의 의존성이 강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어 외부자금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왜냐하면, 주로 학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대학교수이기에 기업이나 관련 기관에서 자금을 유치하는데 한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이나 기업은 아무런 대가 없이 학회에 단순히 사회공헌 차원에서 투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바로 기업생태계 렌즈로 보면, 기업은 학회를 지원함으로써 그 생태계의 멤버인 학회회원이 어떤 관련 사업의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으로 생태계가 변화되면, 학회는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를 혁신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외부자금유치보다는 회비에 의존하여 학회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생태계 렌즈로 볼 때, 점차 개방적이고 글로벌화된 세상으로 나아가는 미래에 청탁금지법은 기업을 비롯한 국가가 한 단계 도약하도록 우리나라의 사회생태계를 바꿀 것이 자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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