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예부터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교훈을 잘 지키는 백성이다. 그 중 '장유유서(長幼有序)'라 하여 위, 아래를 알고 어른과 아이를 구별하여 생활하는 멋있는 문화민족(文化民族)이다. 국민성이 점잖고 여유와 '풍류(風流)'가 있어 사물의 차례나 순서를 잘 지키는 질서 있는 국민으로 평가받아 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급함이 생기고, 한국전쟁 이후 국민 모두가 바쁘게 설치고 빨리빨리 문화가 생활의 습성으로 고쳐 놓았다. 참고 잘 견디는 추근한 마음은 없어지고 다급하여 일을 여물게 하는 것보다는 빨리하는 것을 자랑으로 인정했다. 남에게 좌석이나 길, 물건 그리고 선출직 따위에 사양하여 물러서는 '양보심(讓步心)'이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한문서 대학(大學)에 보면 "모든 사물(事物)에는 근본(根本)과 끝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일의 선후를 알면 곧 도(道)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맹자님도 "조정에서는 벼슬의 등급을 중하게 여기나, 향당(시골마을)에서는 촌수나 나이의 차례를 중히 여긴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서로 어긋남을 갖는 것이 고통스럽고, 당황스럽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순서(順序)'를 강조하는 명언들이 있다. "송곳도 끝부터 들어간다" "수숫대도 아래, 위 마디가 있다" "걷기 전에 기는 것을 배워야 한다." 순서가 바뀌고, 차례가 혼란스러우면 몹시 조급해지는 성격으로 참고 기다리는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침착성이 결여되어 모두가 급하게 행동하며 양보(讓步)가 없어지게 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길거리에 양보(Yield)라는 교통표지판을 종종 만나게 된다. 급하게 운전하면 사고가 발생하니 속도를 줄이고 조금씩 기다려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양보는 고집이 아니고 행동의 '미덕(美德)'이며, 잠시 참아주는 것이다. 발이 빠르면 헛딛는다는 말처럼 서두름은 실패의 어머니란 말도 기억하고 싶다. 철학자 베이컨은 "운명의 여신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는 많은 축복(祝福)을 주지만, 서두르는 사람에게는 그 선물(膳物)도 팔아넘긴다"는 말을 남겼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도 양보가 오히려 질서의 지름길이란 말을 흔히 듣는다. 급히 가면 급히 갈수록 도착이 늦어진다는 말도 기억하고 명심해야할 교훈이다. 사고의 대다수가 '과속(過速)'이다. 과속은 지나친 속도로 남보다 먼저 앞질러 가겠다는 조급증 때문이다. 성급한 것은 어리석은 자의 약점이며, 빨라야 10분이다. 물을 마셔도 급히 마시면 체한다. 말도 참지 못하고 먼저 하는 사람을 촉새라 하고 사회의 놀림감이 된다. 일본속담에도 '서두르다간 서투르게 된다'는 말이 있다. 성미가 급하고 도량이 좁은 사람을 가리켜 비유한 말, 가랑잎에 불 붙듯, 촐랑거리며 갖고 있던 것 다 쏟아진다. 한 박자 여유를 가지자 인내(忍耐)는 만족의 열쇠요, 정의의 일종으로 온갖 고난과 고통에 대한 최상의 치료라 할만치 일을 떠받치는 일생의 자산(資産)이다. 행복이란, 그 자체가 긴 인내이며 양보하고 잠시 참아주는 것도 여유 있는 자의 멋이요, 인내심이 강함은 정신의 숨겨진 '보배'라 한다. 양보는 인간 성격의 제2의 용기이며 대인의 자화상(自畵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