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멎고 본격적인 가을날이다. 고난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길흉화복은 인생에 있어서 수도 없이 반복된다. 늘 꿀처럼 달콤한 날만 거듭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고난이 있고 난 후 거둔 삶의 보람이 더 값지고 복스러운 법이다. 오랜 기간 공포와 불안에 떨었던 경주시민들에게 청아한 가을하늘과 같은 맑은 날만 이어지기를 바란다. 생애 처음으로 겪었던 땅의 흔들림으로 혼비백산 했던 날들은 말끔히 사라지기를 바란다. 오곡백과가 굳어지는 계절의 수확처럼 힘든 날을 보낸 시민들에게 보상이 주어지면 좋겠다. 경주는 지금 '안전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신라 천년 고도였으며 지난 2천년 동안 화려했던 신라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해 온 경주가 단 한 차례의 지진으로 '지진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억울하다. 세상 어느 곳도 지진이나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자연의 변화는 무쌍한 것이며 그로 인한 고난은 언제라도 겪을 수 있다. 경주가 안전한 도시라는 경주시민들의 외침에 귀기우려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겪을 수 있었던 고통을 대신 겪어준 사람들이 경주시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제 모든 국민들은 경주를 보듬고 다독거려야 한다. 경주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각처에서 지원금이 답지하고 있어 힘이 되기는 한다. 쥐꼬리만한 정부 지원금은 생색만 내고 있지만 피해 입은 시민들에게 던지는 국민들의 성원이 더 큰 위안이 된다. 그리고 국민들 모두가 경주를 방문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진도시가 아니라 안전한 역사문화도시 경주와 시민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지난 세월 그러했던 것처럼 대한민국 문화의 상징적 존재가 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국민 전체의 책무다. 그리고 한 민족이 공동으로 지녀야 할 우애다. 경주는 지금 국민 모두의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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