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코미디언이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실에서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통곡을 하던 그 코미디언은 어서 빈소로 가라는 동료들의 권유를 뿌리쳤다. 그는 "쇼는 계속돼야 한다"를 외치며 눈물을 훔치며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멀쩡하게 관객들과 만났다. 관객들은 그 코미디언의 사정을 전해 듣고 평상시보다 더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무대에 서는 연기자들의 입장은 늘 그렇다. 개인의 안위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항상 우선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닥친 행불행의 여부를 떠나 무대 위에서 혼을 쏟는 것이다. 경주가 그렇다. 지진 피해에 이어 태풍까지 겪은 후의 경주는 그야말로 기진맥진이다. 여기에 전반적인 경기침체는 경주를 더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경주는 경주시민만의 경주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주고 지구인의 경주다. 2천년이라는 세월 고도로서의 품격과 위치를 당당하게 지켜왔던 경주가 하루아침의 자연재난으로 움츠려 들어서는 안 된다. 경주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긴 역사를 이어온 자부심과 당당함을 그대로 견지해야 한다. 울산의 경우 태풍 차바의 피해를 겪고 난 후 대부분의 문화예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그 가운데 축제행사는 가능하면 최소하고 그 예산을 복구예산으로 돌렸다. 울산의 결정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이 난리통에 축제판을 벌였다가는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 분명하다.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경주는 다르다. 아무리 어려운 고난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축제를 열고 문화행사를 벌여야 한다. 또 각종 국내외 행사를 유치해 사람들이 경주에서 머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위축된 경주가 다시 허리를 편다. 자연재난으로 시민들이 어려운 판국에 무슨 잔치냐고 힐난하는 사람은 생각이 짧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쇼를 멈춰서는 안 된다. 경주는 태생적으로 많은 행사를 벌이고 떠들썩해야 하는 도시다. 관광산업이 위축됐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들일 굿판을 벌여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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