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단히 복잡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장치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알고 보면, 컴퓨터라는 장치는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대단히 단순한 원리에 의한 논리적 알고리즘(Algorithm) 의 산물(産物)일 뿐이다. 컴퓨터는 사람이라면 5세 정도의 어린아이도 이해하는 10진법 산술(算術)도 모르고, 오직 0과 1로 표현되는 2진법 수학밖에 할 수 없으며, 그렇게도 복잡해 보이는 회로 구성도 기본적으로 AND 와 OR 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에서 출발되는 것이다. 가령 AND 회로의 경우, 3개의 스위칭 회로가 직렬(直列)로 연결되어 있다면, 당연히 일직선상에 놓인 모든 스위치가 ON 상태일 때만 전류가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3곳의 검문소 중 한 곳만 바리케이트를 닫아 놓으면 차량이 통과하지 못하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AND 회로에서는 반드시 모든 스위치가 ON되어야 1(True) 이라는 값을 출력한다는 움직일 수 없는 논리(論理)가 성립(成立)하는 것이다. 그리고 3개의 스위칭 회로가 병렬(竝列)로 연결된 OR 회로의 경우, 3개의 통로 중 어디가 되었든 간에 한 개의 게이트(Gate)만 열리면 차량은 열려진 통로를 따라 목적지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컴퓨터란 단지 주어진 논리회로(論理回路)에서, 주어진 입력값(Input)에 대해 움직일 수 없는 결과값(Output)을 내 놓을 뿐, 여기엔 어떤 타협이나 생때같은 것도 통할 수가 없다.  사람의 두뇌 역시 주어진 과제에 대한 논리적 추론(追論)을 가능하게 하는 '이성(理性)'이라는 프로세서(Processer)가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합리적 사고(思考)를 하게하는 이성(理性) 이외의 변수(變數)값인 감정이 작용하고, 충분히 잘못된 출력값을 만들 수 있는 원시 데이터에 비유되는 가공된 '사상(思想)'이라는 변수값이 또 개입됨으로써 엉뚱한 답을 출력할 개연성(蓋然性)이 크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계산한 답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도출(導出)한 어떤 결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늘 이런 저런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사실 사람에게 주입된 어떤 사상(思想)이라는 선입견(先入見)과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이성적인 태도로 지극히 논리적인 대화를 하기만 하면, 동일한 사안(事案)에 절대로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답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라는 속담도 Input 와 Output 의 논리를 설명하는 말이며, '닭잡아 먹고 오리발'이라는 속언도 원인에 따른 결과를 부정하는 비논리적 생떼를 빗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사회는 논리를 잃어버린 비정상적 상태에 빠져, 오답과 정답을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컴퓨터는 관리자의 운용미숙이나 심각한 악성 바이러스에 의해 다운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넋 놓고 공포의 불루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며 리셋을 하든, 시스템 포맷을 하든 한시바삐 시스템을 정상화 시키는 것만이 이 난국(亂國)을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겨서 '검정색'이 '흰색'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호박'에 '수박' 무늬를 입혀도 호박이 수박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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