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한 '여성'의 손아귀에 놀아났다. 대통령의 모든 것들이 최순실에게 보고됐다. 청와대는 당초 국회가 연설문 수정 의혹을 제기하자 '봉건시대에도 없었던 일,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었다. 그러다가 의혹의 팩트가 드러나자 침묵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대통령은 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개헌카드를 꺼내들고 급습했다.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해 오다가 불현 듯 임기 말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오래 전 동서양 역사상 이런 일들이 더러 벌어지기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정치 후진국에서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의 모든 것들을 주무르며 '수렴청정'하는 예는 중세사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지금 밝혀진 바로는 최순실이 수렴청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처음 최순실 의혹이 터졌을 때 이 정도라고 상상이나 했었던가. 앞으로 어떤 일들이 또 밝혀져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지 모른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쳐서 콘크리트 지지율도 무너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은 멀쩡한 표정을 지으며 임기내 개헌을 얘기했다. 최소한 최순실, 우병우 스캔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한 마디 사과를 하고 넘어갔어야 옳았다. 진실 여부를 떠나 자신과 연루된 일이니만큼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가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끝내 침묵하다가 시간 벌기를 했다. 그리고 뜬금없는 '국면 전환용' 카드를 던졌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됨이 부끄러워진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이 정도라면 국민의 정치수준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한 번도 검증해 보지 않고 덮어놓고 1번을 찍는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안목이 무덤을 판 셈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의 대표는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며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어쩔 것인가. 이제 국민들은 거의 무기력에 빠졌다. 경제와 안보는 도탄인데 정치는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 스스로 미로를 빠져나와야 한다. 이때가 중요하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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