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일간지에 '수학여행, 경주대신 서울이 붐빈다'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수학여행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현재 전국의 수학여행단이 서울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지진 여파로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학교들이 행선지를 서울로 바꾸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진 이후 경주를 목적지로 정했던 전국 학교의 수학여행 90%가 경주행을 취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매년 수학여행 시즌인 4월과 10월에는 월평균 4만5천여명의 수학여행객이 경주를 찾았었다. 그러나 수학여행의 경주 이탈을 지진 탓만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난 한 초등학생은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시민들께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경주에서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보다 놀이기구가 많은 롯데월드가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콘텐츠의 문제다. 경주가 어린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즐기도록 하는데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단조롭다는 지적이 여행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재고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서울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비용과 숙소 문제 때문이라고 학교 관계자들이 밝혔다. 수도권이나 충청권, 강원권의 학생들은 경주보다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교통비 부담이 적다. 또 서울은 다양한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어 불국사 주변에 집중적으로 몰린 경주지역의 숙박 현실과는 차이가 많다. 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는 것도 중요하고 편의시설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전국의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건은 제주도 수학여행이 직격탄을 맞았고 지진으로 경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 어떤 학교는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주고 전통 문화의 체험을 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경주에 수학여행단이 확 줄었다는 데 실망하기 보다는 무엇이 모자라는 것인지 살펴보는 기회를 삼아야 한다. 전화위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