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우리 국민은 집단 패닉 현상에 빠졌다. 여권의 한 의원은 "이건 나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특검과 청와대 비서진 일괄 사퇴를 요구하고 나왔으니 이제는 대통령이 더 이상 국정수행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당은 속으로 '탄핵'과 '하야'를 부르짖고 싶겠지만 역풍을 두려워 입을 닫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과 대학 캠퍼스에서 이미 하야에 대한 요구가 당연하다는 듯이 나왔다. 생각해 보자. 아찔한 세월을 살았다. 우리는 그동안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한 나라의 국가 기밀이 평범한 여인의 손아귀에서 주물럭거려졌다고 생각하니 분하기까지 하다. 수시로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그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지만 대통령은 "국가 위기상황에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이라는 엄포를 놓으며 무조건 덮었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느 일간지에 가슴을 때리는 논평이 실렸다. 팽목항에 세월호가 침몰되고 있고 항구에는 자녀를 잃은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존재하지 않은 나라'의 구조를 기다렸던 거야"세월호 사건 이후의 7시간 공백에 대해 아직 입도 떼지 않고 있다.  우병우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고난을 벗삼아 가라"는 별 해괴한 말을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도 딴전을 피우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21세기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 26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17.5%로 조사됐다.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한 것이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 민심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국민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하는지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또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어물쩡한 태도로 말도 안 되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허수아비 대통령의 그늘에서 볕을 피했던 이들의 뼈저린 반성과 동반 퇴진이 뒤따라야 한다.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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