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의 여러 타이밍 중에 시작할 때의 인사보다 마칠 때의 인사가 더 중요하고 만날 때의 인사보다 '떠날 때의 인사'가 더 소중하다. 시작하거나 만날 때는 부족함이 있더라도 나중에 보정할 기회가 있지만 마치거나 떠나는 경우에는 그 마지막 이미지만을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도 있지만,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서운하지 않게 잘해서 보내라는 일차원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떠남은 공존했음을 전제로 하며 그래서 이에는 또 재회의 원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떠날 때의 인사' 중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개인적인 '예절로서 하는 인사'와 조직의 '인사권자가 하는 인사'가 그것이다. 약 18년 전 영국 엑시터(Exeter)에서 유학을 마치고 떠나오던 날 기차역까지 와서 배웅해 준 영국인 부부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고, 역시 기차역까지 나온 집주인 아랍 사람 아메드(Ahmed)도 의리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처럼 작별시의 인사, 무엇이든 마무리 할 때의 인사는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매일의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서도 헤어질 때의 인사를 더 잘 해야 하고, 출근 시 보다 퇴근시의 인사를 더 잘 해야 한다. 직장 상사나 상관이 떠날 때 승용차 밖에서 하는 작별 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얻었을 때, 기쁠 때의 축하도 중요하나 잃었을 때, 슬플 때의 위로는 훨씬 더 의미가 크다. '인사권자로서 하는 인사'에 있어서도, 조직원이 떠날 때 잘 해 주어야 한다. 면직 시의 조치는 오래 기억되며 좋거나 나쁘거나 앙금으로 남게 되어 있다. 또한 불만 없는 인사는 없다. 처음의 입직(入職)이든 영전이든 어떤 종류의 인사에도 항상 '얻는 자'와 '잃는 자' 즉 '승자'와 '패자'(looser)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인사가 있고 난 뒤의 '사후설명'은 인사관리의 투명성 차원도 있으나, 그 인사에 불만 있는 '패자의 슬픔'에 대한 상당한 위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후인사'는 실제 매우 중요하다. 패자 개인의 상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상처에 대한 치유적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오래 전 공직에서 첫 승진을 할 때의 승진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시 S 장관이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 요지는 이러하였다. '승진을 축하한다. 그러나 오늘부터 여러분은 승진 축하를 받는 대신에 이번 승진에서 탈락한 동료들에게 술을 사주러 다녀라' '떠날 때의 인사'는 작게는 매일 일과의 마침이나 작별에서부터 크게는 오랜 직장에서의 퇴직이나 세상을 떠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은 장관들이 퇴직할 때 원할 경우 국무회의실의 본인 이름이 새겨진 의자를 값을 지불하고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그 직위 재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주려고 하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오래 봉직하고 귀향하는 관리에게 임금이 지팡이를 주어 보냈다. '떠날 때의 인사' 중 가장 장엄한 인사는 장례식일 것이다. 미국의 장례식은 한국의 경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중하다. 전·현직 대통령의 '국장(國葬:state funeral)' 시에는 조기(弔旗)도 미 전역에서 한 달간 게양된다. 대통령은 백악관에 들어가면서부터 본인의 장례절차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항상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일하라는 취지로 생각된다. 재임 중 완성해야 하고 퇴임 후에도 본인이 수정은 할 수 있다. 원칙은 국장으로 하도록 되어있지만 본인이나 유족의 뜻이 우선시 되고 있다. 제 40대 레이건의 국장 하관식은 본인 뜻에 따라 캘리포니아 시미밸리(Simi Valley)에 묻힐 때 석양에 트럼펫 연주 속에 장엄하게 이루어졌다. 워터게이트 주인공 닉슨의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초라하게 치러졌다. 항상 올 때보다 갈 때, 시작 때보다 마칠 때, 만날 때보다 떠날 때, 성취 때보다 상실 때의 인사가 중요하다. 떠날 때의 인사, 떠나보낼 때의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떠나는 자는 깔끔하게 떠나야 하고 떠나보내는 자는 따뜻하게 보내야 한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도 그 때 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도 마지막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