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충격과 분노로 들끓게 한 최순실 씨가 전격 귀국,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들끓는 민심, 만신창이 된 나라 구할 수 없을까?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무너뜨렸으니 세상을 놀라게 한 큰 사건임에 틀림없다. 국민들도 허탈감에 일손을 놓고 있다. 관련자들이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말만 되풀이해 민심의 분노를 키운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법적 책임보다 더 무거운 정치적 책임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꼬투리를 잡아 나라를 혼란 속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일이다. 대통령 자신이 쓴 꿈이 있는 취임사에 자문을 받은 흔적을 남긴 것이 잘 못된 처사라면 '퇴임사'는 발자취로 쓰면 될 것을 너무 시끄러워 안타깝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한국동란이 이후 역대대통령이 줄줄이 상처를 입고 떠난 부끄러운 나라다. 친인척이 많지 않은 박 대통령만큼은 설마 했는데 국민들의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과 서민들이 경기침체로 죽을 맛인데 최순실 국정농단이란 난데없는 돌발사태에 나라가 중심을 잃고 좌초위기에 있으니 말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처했고 SNS에서는 '하야', '탄핵'과 같은 분노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이어 대규모 시위는 예사롭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부처에 대한 영이 제대로 설지 의문이고 국회와의 관계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적극적 선제적 대응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중에서도 대통령이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안종범 수석, 측근 3인방 등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긴급 단행한 것은 현 사태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계의 인적쇄신 요구가 있자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당초 '책임총리' 운운하다 이처럼 강력한 처방을 내놓은 것은 통상적 수준의 해법으로는 이번 사태의 파고를 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금 국민들은 박대통령의 입과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최씨의 귀국을 촉구하던 야권은 막상 귀국하고 나니 조기귀국을 짜고 치는 '기획귀국'이란 비난을 퍼붓는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최씨는 검찰 수사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인사 그리고 재벌들을 상대로 한 자금 모금의 전말과 모든 것을 밝혀야겠지만 국정농단에 사태를 야기한 인사들도 일벌백계해야 돼야 한다. 최순실씨가 귀국하고 인적쇄신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이 대통령의 사과와 진정성에 신뢰하고 민심수습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들은 나라의 리더십 붕괴를 원치 않는다. 잘못이 있으면 툭 털어 버리고 활짝 웃으면서 청와대를 떠나기를 바랄뿐이다. 어쨌든 등 돌린 민심을 돌아오게 해야 한다. 최씨가 국민들께 좌절과 허탈감을 안겨준 데 대해 사죄하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 하기 위해 출석한 이상 지켜볼 일이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는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