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경주시가 26억원 분담금을 내게 생겼다. 100억원의 예산 중 정부가 28억원, 엑스포 조직위원회가 20억원, 경주시와 경상북도가 각각 26억원을 분담한다는 것이다. 세계문화엑스포가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축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경주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26억원의 분담금은 과하다. 지진과 태풍으로 특별재난지구로 선포된 경주가 거액의 분담금을 내는 것부터 난센스다. 그 돈이라면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인근의 울산 중구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대표축제인 '마두희 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뿐만 아니라 축제의 성수기인 10월에 열리기로 했던 각종 축제와 행사도 없앴다. 그 예산을 모두 '피해복구'에 투입키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경주는 더 많은 축제를 열어 관광객 유입을 노려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호찌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엑스포는 그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신라의 문화를 베트남에 알리고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선보이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유감스럽지만 '글쎄요'다. 게다가 당초 호찌민 행사는 경주로서는 불편한 결정이었다. 경주는 내심 우호도시인 이란의 이스파한에서 개최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호찌민으로 장소를 결정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결정이다. 세계문화엑스포가 호찌민에서 열려야 할 명분도 당위성도 없었다. 조직위는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교류에 키를 맞춘 모양이다. 문화행사에 경제적 잣대를 갖다 대다 보니 이 행사의 성공 여부는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그런데도 경주에 분담을 내라고 한다면 부당하다. 26억원은 예산 규모로 봐서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 누구를 잡고 물어도 억울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시의회는 이 예산 편성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타당하고 현실성 있는 요구를 해야 수긍이 간다. 정부와 조직위의 일방통행을 막아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