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수능 언어영역, 최승호 시인의 '아마존 수족관'이라는 시에 대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TV프로그램 '명견만리'는 이 문제를 최승호 시인과 관객들에게 풀게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몇 몇 관객들을 빼고는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최 시인 역시 자신이 쓴 시인데도 불구하고 단 한문제도 맞히지 못했다. 이를 어찌 보아야 할까 살짝 당황하는 사이 한 초등학생이 일어나 발언을 했다. 그 아이는 이 수능 문제를 풀어보고는 네 번의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답이 나올 것 같은 문제에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에 첫 번째 충격을 받았고, 수능 문제를 푸는 방법이 있다는 것에 두 번째 놀랐으며, 다른 사람들이 이 어려운 문제를 한 문제 이상 맞힌 것에 세 번 놀랐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앞으로 이런 수능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에 네 번째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아마존 수족관'의 열대어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톰'이 되기를 원한다. 갇힌 수족관에서 거대한 먹이를 찾기를 원한다. 아빠가 '슈퍼맨'이, 엄마가 '슈퍼우먼'이 되기를 바라듯. 초등학생은 중학교 과정을 따라 잡으려고 중학생은 수능을 따라 잡으려고 발걸음이 바쁘다. 수능은 마치 짜놓은 연극처럼 그 지문과 대사를 수없이 외워야만 실수 없이 치룰 수 있다. 때에 따라, 느낌에 따라 행해지는 조금의 애드리브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은 학원으로 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아이가 가진 체질의 생리적 특징을 순양지체(純陽之體)로 바라본다. 이 의미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성장과 발육이 빠르기 때문에 음양의 견지에서 보면 양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부터 병이 생기면 양열(陽熱)이 쉽게 양성하여 열증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고열이 잘나며 이런 고열이 지나치면 큰 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체온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어린 아이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뛰고 소리 지르며 동분서주하기를 원한다. 그런 실수와 날뜀 속에서 면역을 키우고 사회의 질서를 바라보며 삶의 원칙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런 활동적인 양기(陽氣)도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며 노화가 진행된다고 한의학에서는 바라본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수족관에 갇힌 열대어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학원에 가두고, 책에 가두고, 독서실에 가두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양기를 펼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아톰이 되기는커녕 병약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의학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수능 문제를 보고 네 번의 충격을 받았던 초등학생은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한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열네 살은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할 나이가 아닌가요. 이 시간이 모여 튼튼한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반박할 수 없는 당찬 말이다. 최승호 시인의 시어처럼 열대어들에게 수족관이 아닌 아마존을 선물하듯 우리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수능 문제가 아닌 쓸데없는 시(詩)를 선물하고 싶다. 쓸데없는 시간과 쓸데없는 자유를 주고 싶다. 그러면 그들은 그 넘치는 양기로 진짜 아톰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