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의 가치는 오랜 세월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의 문화가 축적돼 있고 사라져 가는 역사적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의 모습에서 원도심은 아직도 '촌스럽게' 오래 전 모습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원도심을 하루빨리 허물고 거기에 새로원 상권을 개발하자는 생각을 많이 가진다. 왜냐면 하나같이 원도심은 그 도시의 중심이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의 서촌이나 수원의 행궁동 주변, 대전의 원도심 등은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고 그 활용도 앞서가는 사례다. 그 지역은 평일에도 과거의 우리 삶의 모습을 다시 느끼기 위해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와 거리를 메운다. 별다른 장치나 호들갑스러운 치장도 없다. 단순히 오래 전의 모습을 헛되게 버리지 않고 진중하게 지켜온 것뿐이다. 경주의 원도심을 생각해 보자.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상가는 매일같이 새로운 모습으로 리모델링 중이고 추억이 남아 있던 식당들은 하나 둘 폐업해 새로운 먹을거리로 재무장했다. 단순하게 퇴락했던 길은 자꾸 덧대 오히려 부자유스러워 보이고 해괴한 가로등과 장식물들을 진열해 뒀다. 여기에는 행정의 간섭이 있었고 시민들의 안목도 작용했다. 역사는 손을 대버리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기록물로만 존재하고 더러는 그 기록물이 개인의 소장물로만 남는다. 대표적인 것이 사진물이다. 경주의 최대 주거 중심이었던 쪽샘거리는 지금 흔적도 없이 벌판으로 변해버렸고 당시 골목길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물은 개인의 폴더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시민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기관에서는 그 기록물을 만들지도 못한 채 지금은 기억으로만 남았다. 경주의 원도심은 아직 작은 골목길들이 무수하게 존재한다. 이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더 이상 손대면 안 된다. 대신 원도심을 어떻게 관광자원화 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의 여행 트렌드는 역사문화유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흔적을 더듬는데 관심이 모아지는 추세다. 늘 뒷북만 치는 관광정책은 무효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