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상사(上司)가 좋은가 게으른 상사가 좋은가? 조직에서 상사는 없는 게 좋은가? '아무리 좋은 상사라도 없는 것만 못하다.' '조직에서 제일 좋은 날은 달력의 빨간 날이 아니라 '무두일'(無頭日: 조직의 장이 없는 날)이다' 세상 조직문화의 냉소적인 한 단면 얘기들이다. '피터 법칙'(the Peter Principle)은 '계층 조직에서 개인은 무능하게 되는 수준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 그래서 '조직 상층부는 무능한 자들로 가득 차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공무원(관리자)의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늘어난다' 는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의 비현실성을 비판하면서 제시된 이론이다. 조직인 이 자기 능력에 맞는 직위에서 멈추지 않고 욕심에 따라 그 역량에 버거운 수준 이상까지 올라가서 멈춘다면 상급자들은 모두 직위 용량에 모자라는 무능한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더 상위자일수록 더 무능할 수가 있으며 본인이 무능하기 때문에 부하들에 대해서도 능력이나 실적보다 예의나 태도 등으로 평가함으로써 성과가 좋은 자보다 개인성향이 곱고 아첨 잘 하는 자가 고평가되어 결국은 주변에 '예스맨'(yes man)들로 둘러싸이는 현상을 '피터의 도치'(Peter's inversion)라 한다. 실제 인간조직에서도 이러하다. 통상 직위가 높아질수록 부하 수가 많아지고 '통솔범위'도 넓어져 전체 일을 다 살피기가 어려워지는 법인데, 하물며 무능해진 상사라면 어떠하겠는가! 높은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세상 일 중 부하나 비서 없이 혼자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게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그래서 '만기친람'(萬機親覽)도 없는 것이다. 관리자 본인이 모든 것을 챙기려는 리더십은 '과욕'일 뿐이다. 더욱이 본인이 능력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본인 없으면 안 된다는 어두운 아집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리더의 조건, 우선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 따뜻한 가슴은 '겸손'을 바탕으로 한다. '피터 법칙'대로 상급자들은 부하들에 얹혀서 그들의 도움으로 살기 때문에 항시 겸손하고 그들을 고마워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일하는 상황을 챙기고 그들의 애환에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리더는 꼼꼼해야 한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챙겨야 할 가치는 입체화 되고 공공성이 강해진다. 여기에 한 치의 틈도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꼼꼼하지 않으면 지도자 될 자격이 없다.  꼼꼼하다고 소위 통이 작다거나 소인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흔히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나 꼼꼼함 자체와 소인·대인 여부는 전혀 별개이다. 꼼꼼한 세종대왕이, 치밀한 이순신 장군이 소인이거나 통이 작던가? 꼼꼼함은 지도자 덕목의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꼼꼼해야 한다는 얘기는 자기 '소임'에 철저하란 것이지 '만기친람' 하란 것이 아니다. 조직의 상·하 좌·우 구성원에게는 각자 할 일이 있다. 만기친람은 분업화 된 타인 영역에 대한 일종의 월권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는 것이다.  끝으로, 리더는 게을러야 한다. '피터 법칙'대로 상사는 무능해지기 십상이다. 예부터 우매한 자들이 부지런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부지런한 상사는 없는 것이 낫다. 어떤 경우든 조직은 리더 개인의 것이 아니다. 리더와 팔로어(follower)가 상호 협조하고 평생 학습해 가는 '변혁적 리더십' 시대가 된지 오래이다. 구성원 각자 일하고 협조하는 것이며 리더는 그들을 용인(用人)하는 자이다. 리더는 늘 전체 상황을 살피되 사안의 본질과 핵심 파악에 꼼꼼해야 한다. 그래서 조직의 방향타를 잡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 이것이 리더의 소임이다. 그 외의 일은 모두 맡겨야 한다. 모든 일에 꼼꼼하고 부지런한 상급자! 그는 부하를 믿지도 못하며 자신의 기본 임무에 충실할 수도 없다. 그 지배 욕구는 순간 충족될지 몰라도 구성원들에게는 휴식조차 없는 이른 바 조직 '피로(fatigue)'를 누적시켜 언젠가는 조직을 병들게 할 수가 있다. 그리하여 조직 운용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동태성(dynamics)과 '생산적·창조적' 활동을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가슴 따뜻하고 자신에게 꼼꼼한 그리고 실로 게으른 리더가 좋은 리더인 것이다. 지도자는 항상 삼엄한 머리로 독수리처럼 조는 듯 앉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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