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관광산업은 붕괴 직전이다. 지난 주말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휑했다. 예년이면 가을 여행철을 맞아 북적였을 곳에 인적이 한산했다. 보문관광단지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주시민들로 보였다.  경주 지진 이후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경주를 안전도시로 홍보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은 경주에 등을 돌렸다. 숙박업소와 식당은 평년 매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객관적인 수치도 있다. 지난해 10월 한 달 경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177만9천여명이었지만 올해 10월에는 74만1천명 수준이었다. 100만명 이상이 줄었다는 말이다. 지난 9월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9월에는 56만8천여명이 경주를 찾았다. 지난해 107만명에 비한다면 절반 수준이다. 불국사지구 유스호스텔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잇따라 전국의 학교에서 경주로의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스호스텔 10곳에 수학여행단 취소 사례는 271개 학교 3만5천명이라고 한다. 수치로 전환한 피해액은 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불국사지구 다른 숙박업소 25곳에도 예약 취소에 따른 피해가 15억원 정도로 분석된다고 하니 숙박업과 관광관련 산업 전반에 미친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 숫자다. 이 정도면 학생 수학여행단을 주 고객으로 하는 숙박업계는 폐업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 피해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없다. 자연재해로 인해 입은 피해보상에 대한 규정에서 빠진 것이다. 법이 그러니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만큼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감당하기에 힘이 든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 경주시민은 지진 트라우마로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다고 호소했다. 시민이 개인이 겪는 트라우마 이상으로 경주시 전체가 극심한 지진 후유증을 겪고 있다. 행정기관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 같은 현상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 결국은 또 한 번의 인내가 필요한 셈이다. 이 어려움을 이기고 일어났을 때의 성취감은 더 클 것이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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