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연말이면 경주의 대표적인 사적지인 첨성대 주변에 밤이면 별이 내려앉았다. 바로 트리조명을 단 것이다. 첨성대를 비추는 아름다운 야간조명에다 트리조명이 더해지면서 시민들은 물론 그 조명을 단 담당 공무원들은 '보기 좋다'를 연발했다.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한 발상이고 시도인 것 같지만 경주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망치는 역효과를 본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트리조명은 도심지 한가운데 인구밀집지역인 백화점이나 로터리에 다는 장식이다. 상업지역에는 그런 분위기를 한층 북돋아서 구매의욕을 자극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밝게 만들게 한다. 연말연시면 트리조명이 불을 밝힌 도심지가 한결 화사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적지는 다르다. 그것도 천년 신라문화의 핵심사적인 첨성대 옆에 트리조명을 단다는 것은 엄청난 난센스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30년 전 중국의 역사도시 시안의 명나라 성벽에 난간을 따라 반짝이는 전구를 달아둔 것을 본 적이 있다. 멀리서 보면 성의 윤곽이 한 눈에 들어와 도시의 한가운데 있는 성의 존재가 명료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왠지 촌스러웠고 역사문화도시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티베트 라싸 포탈라궁에도 중국인들이 그 오류를 저질렀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오류를 깨달은 중국인들이 일체의 야간 전등을 걷어내고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새롭게 꾸몄다. 이제 연말이 곧 다가온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주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경주시는 또 첨성대 옆에 트리조명을 설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첨성대의 조명은 지금의 점잖은 야간조명이 최상이다. 여기에 마치 서커스 천막이 둘러쳐진 장터에나 두를 법한 트리조명을 다는 오류를 올해에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경주의 관광 콘텐츠 가운데 가장 호응을 얻는 것이 안압지와 첨성대의 야경이다. 이 격조 높은 콘텐츠를 희안한 시도로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