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정점으로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요즘 우리사회, 그것도 돈많고 권력 가진 엘리트 사회일수록 썩어문드러져 시궁창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흔들리는 '권력형부패(權力型腐敗)'의 시말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처음 이들 사건은 '정운호'라는 화장품업자가 거액의 도박을 하다가 적발되면서 부장판사출신 여 변호사(최유정)에게 변호를 맡긴 것을 계기로 '사법비리(司法非理)'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정운호의 롯데그룹 면세점 선정 로비의혹이 터져 뇌물을 받은 롯데그룹 총수의 장녀가 구속되었다. 정의 동업자가 폭로한 이전 도박사실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비리가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고리가 문제가 되었다.  그 우병우는 IT기업 넥슨으로부터 거액의 주식을 뇌물을 받은 현직 검사장 진경준을 조사하던 중 넥슨과 우병우 처가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가 친박 김진태 의원의 폭로로 주필 송희영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엄청난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직(辭職)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청와대가 간여한 것을 보도했고 한겨레신문이 이 사건의 중심에 '최순실'이 있음을 터뜨려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J tbc는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문건을 유출했다는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중립내각, 하야문제 등까지 거론되는 등의 국가위기를 몰고 온 것이다. 이 과정은 얼핏 보면 우연한 사건들이 연계되어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사회에 내재된 기존의 거대한 '비리부패'가 고구마 줄기처럼 뽑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인간사회에서는 돈과 권력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큰 욕망의 대상이다. 특히 자본주의체제는 인간의 욕망추구가 자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최상의 사회를 만든다는 이론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물질에 대한 욕망을 원칙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그러나 부의 획득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 돈이 모든 가치의 최우선이 됨으로써 돈을 신처럼 숭배하는 배금주의(拜金主義)를 가져오고 그것이 공동체를 썩고 병들게 하는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라고 국민이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사법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이 지경이 되었으니 국민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할 뿐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궁창 사회에서도 잠시 한숨을 돌릴 희망의 '빛'은 있었다. 최근 울산관광버스참사사건에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쓴 의인(義人) 소현섭씨와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화재사건에서 생명을 구한 의인 이승선씨의 경우는 너무나 고귀한 구원의 소식이었다.  소씨는 참사현장의 폭발위험이 자신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데도 부상자들을 자신의 차로 구조했는데 공익재단이 '의인상' 수상자로 결정하고 5,000만원의 상금을 전달하려했으나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상을 받을 일이 아니다"며 "상처입은 유가족에 드려야할 돈"이라며 언론 인터뷰마저 한사코 사양했다는 것이다. 이씨 역시 3000만원의 의인상을 거절하고 오히려 어려운 사람에게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시궁창에 오염되지않고 고귀하게 피어오른 순결한 '연꽃'을 보는 감동이다. 이들 의인을 보면서 우리는 아직 절망할 수 없는 까닭을 생각하게 된다. 모든 공직자에게 이같은 의인의 정신을 심어줄 방법은 없을까? 주요공직자를 뽑을 때 지식만 줄줄 쏟아내는 수재(秀才) 보다 이같은 인성(人性)을 중심으로 인재를 발탁하는 방법도 깊이 검토해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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