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로 관광을 떠난 중국인은 줄잡아 약 1억3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해외관광에서 쑨 돈은 2천920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40조4천430억원 정도다. 천문학적 금액이지 않은가. 그러나 중국인이 해외로 관광을 떠나 현지에서 벌이는 추태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그만큼 크게 늘고 있다. 얼마 전 파리에 출장을 갔을 때 현지인의 소개로 오페라하우스 근처의 유명한 푸아그라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식당 안에 들어서자 마치 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사적이고 품격 있는 레스토랑이 소란스러운 것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세계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싫어 그냥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러나 깜짝 놀랐다. 내가 앉은 식당의 건너편 넓은 연회실에서 수백명이 되는 듯한 인원이 구호를 외치고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도무지 식당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광경이었다. 바로 중국인 관광객 200여명이 단체 관광을 와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인 해외관광객들의 추태는 호주 왕립식물원 '로열 보타닉 가든'에서도 벌어졌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의 나무에 소변을 보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왕립식물원에서 중국인 부자가 오리를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2013년에는 한 중국 소년이 이집트 룩소르 신전 유물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 파장이 일었다. 또 중국인 관광객 부부가 일본의 호텔에 투숙한 후 변기뚜껑을 들고 나왔다가 적발됐다. 베트남의 한 술집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베트남 돈을 다 썼다"며 위안화로 술값을 낸 뒤 베트남 화폐에 불을 붙여 종업원에게 던졌다. 한때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말이 있었다. 해외여행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추태를 벌이며 얻어진 별칭이다. 이제 그 추태를 중국인들이 벌이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누리지만 시민의식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가 우리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들의 추태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