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이후 처음으로 수학여행단이 경주를 방문했다. 지난 7일 전남 무안군 해제중학교 전교생과 교사 등 110여명이 경주 불국사 숙박단지에 짐을 풀었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이는 경주시가 전국의 학교에 안전도시 경주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다. 해제중학교 학생등은 2박3일동안 경주에 머무르면서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천마총, 동부사적지, 동궁과 월지 등 주요 유적지를 견학했다. 대한민국의 최고 역사문화도시를 찾은 이들은 지진의 공포를 전혀 느끼지 않고 진지하고 즐거운 수학여행을 즐겼다. 전국의 학교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경주를 수학여행으로 찾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자녀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 불안하다. 그러나 해제중학교 교장선생님은 경주를 사전 답사라고 경주에 수학여행을 해야 할 필요성을 학부모들에게 설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찬성을 얻어 성사시킨 것이다. 요즈음의 수학여행은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 대부분 놀이공원이 있고 숙박시설이 다양한 수도권으로 몰린다. 아이들은 따분한 역사유적에 관심이 없고 종일 버스에 시달리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 교사들도 이같은 학생들의 요구에 무작정 따라주는 편이다.  젊은 학부모들도 역사의 현장에서 하는 배움의 시간에 대해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를 모르는 국민은 뿌리가 박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양식 경주시장이 수학여행단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겠는가. 몇 안 되는 학생들이지만 꽉 막혔던 관광산업에 새로운 물꼬가 틔워질지 큰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사건이었으니 당연하다. 이번 해제중학교의 경주 수학여행을 계기로 경주가 다시 활기를 되찾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인 경주가 지진으로 쪼그라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만한 저력이 없는 도시였다면 어떻게 1천년을 한 나라의 도읍으로 자리를 지켰더란 말인가. 모든 시민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힘을 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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