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진학률이 높은 나라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고, 평균 지성(知性)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만큼 각 분야에 '전문가(專門家)'가 많은 나라도 당연히 드물 것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문명국이어야 할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저 아프리카 미개국(未開國)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더러는 '속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솔직하지 못한 말이다. 내가 볼 때 엄격한 의미에서 아무도 속은 사람은 없으며,속았다는 사람들 중에는 오직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알면서도 현상유지(現狀維持)가 자신에게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기심(利己心)을 가진 부류와, 아예 무지(無知)하여 체제(體制) 순응(順應)과 맹종(盲從)을 미덕(美德)으로 여기는 순진한 부류의 사람들로 말이다. 양심을 가진 기득권(旣得權) 내지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면 지금 우리사회가 지극히 정의롭다거나 합리적인 체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로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우리사회를 '보수'와 '진보'로 양분하였는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고집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느 진영에 속해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할 뿐, 좀 더 좋은 국가, 좀 더 나은 사회 환경을 희망하며 자신의 생업(生業)이 더 급한 사람들이다. 허구한 날, 전문가들은 헌법(憲法)타령 법리(法理)타령이요. 정치권은 여와 야가 대립하고, 그에 덩달아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일반 국민들까지 보수다 진보다 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 사이, 뒤주 밑에서 큰 구멍을 뚫은 쥐가 양식을 모두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있는데도, 비어가고 있는 뒤주의 주인싸움이나 하고 있었으니,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이 혼란은 반드시 어느 날 우연히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항상 약은 '도둑'들은 들키지 않고 도둑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주인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주인들이 떠들썩하게 싸울 때만큼 도둑들에게 절호의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한 때는 그렇게도 지금 도둑으로 지목받고 있는 사람들을 비호(庇護)하기에 급급하든 일단의 전문가들이 이제는 또 그 도둑들을 질타(叱咤)하기 위해 앞 다툼은 물론, 그 해박한 전문지식들을 동원하여 해결책을 찾는다고 여념이 없다.  나는 비전문가이며 가장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말이 하고 싶어진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헌법은 우주에서 전지전능한 신이 내려 준 것이 아니며,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기로 한 날, 역시 몇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베끼고, 정한 다음 요식적인 국민 동의 절차를 거쳐 반포되었다. 또 그간 무서운 권력을 가진 위정자(爲政者)들의 필요에 의해 수 차 개정(改正)된 것 뿐이다. 반드시 대다수 국민들이 그 내용을 숙지하거나 이해하고 동의한 것도 아니며, 그나마 그런 헌법조차 잘 지키고 수호(守護)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잘 지켜온 헌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이지, 해결되지 못할 문제는 없다. 국가의 대표자가 우주에서 내려온 신이 아니고, 국민이 임용한 '피고용인'이 맞다면, 국민 절대 다수의 불신임 의사로 그 직(職)이 회수(回收)되는 것은 전혀 자연법이나 헌법정신에 위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헌법은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의 합의'로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국민여론의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설왕설래할 것 없이 내일이라도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국민의 의사(意思)를 묻고, 그에 따르면 그만이다. 국민 절대다수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그것은 그것 자체로 충분히 공적 (公的)효력이 인정되는 것이며, 합의된 의사의 성문화(成文化)가 급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현행 헌법상으로도 국가 대표자의 궐위(闕位)가 있을 시, 그에 대한 매뉴얼이 있을 것이다. 왜 그리도 법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는 법은 따르지 않는가? 그리고 선례가 없었다거나 헌정사상 초유라는 말도 필요치 않다.  모든 선례(先例)는 만들어져 온 것이며, 우리는 이후라도 계속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풍랑으로 난파될지언정 선장의 유고(有故)로 난파되는 일은 없다. 선장 유고가 일어나면, 자동으로 1등 항해사가 그 직무를 이어가고, 1등 항해사까지 유고가 있으면 2등 항해사가 바로 그 직무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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