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페스는 고대도시다. 페스는 신도시와 구도시로 나뉘는데 구도시인 메디나는 세계에서 골목길이 가장 잘 발달돼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람이 겨우 비껴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고 그 길로 여행자들과 주민들, 심지어 가죽제품과 생필품을 자기 몸집보다 크게 실은 나귀들이 지나다닌다.  골목길에는 수백년 동안 한 자리에서 대를 물려 살아온 원주민들의 주거지가 있고 온갖 기념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뒤섞여 있다. 물론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과 숙소들도 있다. 아무튼 그 골목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 중 하나가 됐다. 이란의 바라나시의 골목길도 페스에 못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바라나시의 골목길은 힌두교의 성지인 갠지스강을 끼고 있어 힌두교도들과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이 뒤엉켜 살아간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을 막 하직한 사체는 대나무 침낭에 얹혀 수시로 골목길을 지나 갠지스 강변의 화장터로 향한다. 여행자들은 인도를 방문할 때 반드시 바라나시를 방문하려 하고 바라나시를 찾은 여행자들은 최소한 80% 이상이 이 골목길에서 머문다. 이란의 고대도시 야즈드의 골목길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페스나 바라나시의 골목길처럼 번다하지 않고 한가롭지만 수백년 전부터 형성된 골목길은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요새 같이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민가의 담장과 이어진 골목길을 그림자와 함께 걸으면 중동의 이국적 풍취를 한없이 느낄 수 있다. 고대도시 경주에는 이런 골목길이 없다. 있었지만 사라져버렸다. 이제 남아 있는 곳은 고작해야 황남동 한옥마을 뿐이다. 이 골목길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단순한 주거지의 골목길에 지나지 않아 여행자들을 유인할 매력이 모자란다.  순수함이 남아 있어 오히려 더 귀중한 자원일지 몰라도 경주의 관광산업에 큰 보탬은 되지 못한다. 이 골목길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자칫 잘못 손대면 영원히 잃어버릴 귀한 자산이므로 깊이 생각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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